“실명제ㆍ공개념 전면 재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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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임 이승윤 부총리에 들어본 새 경제팀 구상/경제난 헤치며 형평도 추구/“성장ㆍ안정 2분법적 논리 따질때 아니다”
이승윤 신임 부총리는 개각발표가 있은 17일 오전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밝은 표정으로 첫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 실명제와 토지공개념 등의 개혁정책을 국민경제에 미칠 엄청난 영향을 감안해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부총리는 또 『지금 우리경제는 성장ㆍ안정ㆍ대외균형등 세마리 토끼가 모두 물에 빠져 있고 여기에 형평의 추구라는 또 한마리의 토끼를 건져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고 『이들 모두를 한꺼번에 잡을 수는 없는만큼 투자와 수출부문에 중점을 둔 경제정책을 펴나가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부총리와의 1문1답 요지.
­3당통합후 첫 개각에서 경제팀장을 맡게 된 소감은.
▲어깨가 무겁다. 항간에 우리 경제를 난국으로 보고 있고 심지어 위기라고까지 표현하는 상황에서 경제팀장을 맡게돼 두려움이 앞선다.
앞으로 경제부처 장관들과 한국경제의 문제는 어디에 있는가,무엇때문에 발생했는가를 충분히 검토,빠른 시일내에 대책을 발표하겠다.
­새 경제팀은 기본적으로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을 추구하리라는 관측이 있는데….
▲성장이냐 안정이냐,또는 성장이냐 복지냐하는 2분법적 논리는 이미 지나간 것이다.
엄청난 구조적 변화를 겪은 오늘날의 한국경제에서 그같은 2분법적 논리는 전혀 맞지 않는다.
구태여 새 경제팀의 슬로건이 뭐냐고 한다면 성장속의 형평추구,성장속의 개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 경제정책에 있어 구체적으로 생각한 복안은.
▲현재로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대부분의 나라가 기본적으로 성장ㆍ안정ㆍ대외균형이라는 큰 목표를 추구하고 있으며,우리는 지난 86∼88년 3년간 이들 세가지 목표를 모두 이뤘었다.
그러나 최근 수출과 투자의 부진으로 성장이 둔화되고,물가가 불안하며,국제수지는 4년만에 적자로 반전되는등 다잡았던 세마리 토끼가 모두 달아난 형국이다.
게다가 이 세마리 토끼외에 형평의 추구라는 또 한마리의 토끼를 잡아야만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새 경제팀이 최근 추진되어 온 경제개혁조치에 미온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네마리 토끼가 모두 다 도망가 물에 빠진 시점에서 어미의 심정으로 어느것부터 건져야 하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합리적ㆍ이성적으로 어떤 아이부터 건져야 그것이 다른 아이를 건지는데 도움이 될까를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급박한 경제상황으로 볼때 투자와 수출부문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수출과 투자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생산과 공급을 늘려 물가안정에 기여할 수 있고 고용을 확대해 저소득층의 민생고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실명제와 토지공개념 실시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밝혀달라.
▲이 문제는 관련부처 장관들과 앞으로 신중히 검토해서 대답하겠다.
이처럼 엄청난 영향을 미칠 제도의 시행은 신중히 전면 재검토해서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해 나갈 것이다.
그런데 이승윤부총리는 남덕우 전부총리로부터 시작되는 서강학파의 한식구. 9대 유정회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진출,5공초기에 재무장관을 맡는등 학ㆍ정ㆍ관계를 두루 거친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
연초 당정간의 안정ㆍ성장논쟁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을 강조했다.
부드러운 성격이나 경제학 교수 출신답게 사태분석이 논리적이며 추진력을 갖추고 있다.
대학교수인 부인 정온모여사(58)와의 사이에 1남2녀가 있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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