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테러는 야만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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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국을 방문 중인 모하마드 하타미(사진) 전 이란 대통령은 5년 전에 발생한 9.11 테러와 관련, 오사마 빈라덴을 맹렬히 비난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10일 보도했다. 반면 그는 헤즈볼라(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세력)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의 식민주의에 맞서는 저항단체"라며 옹호했다.

하타미 전 대통령은 이날 9.11 테러 5주년을 맞아 하버드대학에서 연설하면서 9.11을 "야만적인 행위(the barbarous acts)"라고 비판했다. 알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해서는 "(9.11) 테러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며 "첫째는 그것이 범죄행위라는 점이고, 둘째는 그 범죄가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는 이슬람교의 이름으로 행해졌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1일부터 방미 중인 하타미 전 대통령은 전날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미.이슬람관계위원회 주최 만찬에서도 9.11 테러와 관련, "이슬람 신자들이 앞장서서 이런 만행을 더 강력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반면 헤즈볼라에 대해서는 "레바논 저항의 상징"이라며 옹호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이란이 테러리스트 단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했다. 그는 민주주의 개념에 대해 여러 차례에 걸쳐 찬양하면서도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정치인들은 세계 지배(world domination)에 열중해 왔다"고 비난했다. 연설은 통역자가 참석한 가운데 이란어(Farsi)로 행해졌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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