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층 베란다 앞에 설치된 통나무 그늘막, 하얀 펜스로 둘러쳐진 잔디밭 위에 설치된 바비큐 조리시설, 각종 꽃으로 어우러진 화단과 상추 등 채소가 심어진 텃밭…. 아파트 단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1층의 정원 모습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이런 행위는 할 수 없게 돼 있다.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5일 주모(54)씨가 아파트 1층 앞 정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데 반발, 용인시를 상대로 제기한 '원상복구 명령 처분 취소 청구'에서 주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행심위는 결정문에서 "주씨의 경우 건설사로부터 사용 동의만 받았을 뿐 소유권 내지 전용사용권을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며 "비록 건설사로부터 정원 사용 조건으로 높은 분양가를 냈더라도 1층 정원 내 그늘집 신축 등은 명백한 주택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행심위는 또 "주씨가 개인 소유인 것처럼 사용한 공공주택단지 안 조경 부분은 주택법 등에 따라 부대시설로 규정돼 있다"며 "부대시설을 훼손하거나 타 용도로 사용 또는 구조물을 설치할 경우 관할 시장이나 군수에게서 허가를 받거나 신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현재 1층 정원을 독점 사용하는 입주민들과 자치단체 간 마찰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에 사는 주씨는 지난해 12월 D건설사로부터 아파트 1층을 분양받을 경우 베란다 앞 정원을 소유할 수 있다는 분양광고를 보고 다른 가구보다 1500만원을 더 주고 매입했다. 주씨는 정원에 잔디밭과 통나무 그늘집을 신축한 뒤 개인적으로 사용하다 용인시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1층 정원은 아파트 전체의 공유지분으로 돼 있기 때문에 개인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고 건축물을 지을 수도 없다"면서 "주민들이 혐오감을 갖거나 불편을 느껴 이의를 제기할 경우 당연히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법에 따르면 공유 대지와 부속시설을 변경하려면 아파트 주민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조경 공간을 훼손해 용도를 변경하거나 구조물을 설치하려면 관할 시장.군수에게 행위허가를 받거나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원=정영진 기자
[뉴스 분석]
아파트 1층 주민이 베란다 너머의 정원을 독점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은 일반화돼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서도 나타났듯 아파트 조경시설은 어느 누구도 독차지하거나 마음대로 가꾸지 못한다. 다른 층 주민들이 특별히 사용할 일이 없고, 조경을 잘 꾸몄을 경우 보기가 좋기 때문에 문제삼지 않았을 뿐이다.
건설회사들도 아파트 분양 때 “1층 정원을 전용공간으로 쓸 수 있다”며 유혹하는 경우가 많다. K건설 관계자는 “1층 가구에 대한 선호도가 워낙 떨어져 소비자들에게 전용정원을 미끼로 쓰는 셈”이라며 “분양 촉진에 실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아파트를 지을 때 1층가구에 대해서는 정원을 마당으로 쓸 수 있도록 출입구를 만들어 주고 화단으로 꾸며주는 경우가 많다.
이번 결정으로 건설회사들도 앞으로 분양광고에 “1층가구는 전용정원을 준다”는 등의 문구를 쉽게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황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