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6cm 호신용 검 하사…'아들 못 낳은' 왕세자빈 동정론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기코의 득남 소식에 일본 열도는 한마디로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신문마다 호외를 내고 방송들은 모든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태어난 아이에겐 일왕으로부터 26cm의 호신용 검(劍)이 하사됐다. 이 검은 아이의 머리맡에 놓여졌다. 아이의 이름과 상징은 출산 7일 뒤인 12일에 정해진다. 일본의 왕족은 각자 꽃이나 나무, 혹은 문자로 자신의 상징을 표시하며 내의를 비롯한 모든 소지품에 이 상징을 새긴다.

◆ 최정예 의료진 투입=이날 제왕절개 수술에는 일본의 최정예 의료진이 투입됐다. 기코가 입원했던 아이쿠 병원은 쇼와(昭和) 일왕이 현 일왕의 탄생을 기념해 하사한 돈으로 만들어진 병원. 이곳의 원장이 진두지휘하고 산부인과.마취과.신생아과 '명의' 3명이 투입됐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왕실 경찰과 경시청 경찰관이 24시간 병원 외곽과 병실을 지켰다. 최근 이 병원에는 "나도 아이를 여기서 낳고 싶다"며 예약이 쇄도한다고 한다.

후미히토는 득남 후 홋카이도를 방문 중인 아키히토 일왕 내외와 형인 왕세자에게 전화로 출산 소식을 전했다. 일왕 내외는 소식을 접한 뒤 숙소인 호텔 밖에서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 모유로 키운다=기코는 다음주 퇴원하는 대로 왕실 거처에서 육아에 전념할 예정이다. 왕실의 보육 매뉴얼인 '나루장 헌법'에 따라 모유를 먹이고, 외출 때에는 미리 짜 둔 젖을 냉장고에 넣어뒀다 먹인다. 또 종이 기저귀 아닌 천 기저귀를 쓰고 유아복도 직접 손으로 짠 옷을 입힌다는 방침이다.

◆ 왕세자빈 동정론도=일본 국민 중에는 왕세자빈 마사코(雅子.42)에 대한 동정론도 일고 있다. 동서가 아들을 낳아 심리적 부담감이 더 커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그는 폐쇄적인 왕실문화와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죄'로 인해 3년 가까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