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코의 득남 소식에 일본 열도는 한마디로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신문마다 호외를 내고 방송들은 모든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태어난 아이에겐 일왕으로부터 26cm의 호신용 검(劍)이 하사됐다. 이 검은 아이의 머리맡에 놓여졌다. 아이의 이름과 상징은 출산 7일 뒤인 12일에 정해진다. 일본의 왕족은 각자 꽃이나 나무, 혹은 문자로 자신의 상징을 표시하며 내의를 비롯한 모든 소지품에 이 상징을 새긴다.
◆ 최정예 의료진 투입=이날 제왕절개 수술에는 일본의 최정예 의료진이 투입됐다. 기코가 입원했던 아이쿠 병원은 쇼와(昭和) 일왕이 현 일왕의 탄생을 기념해 하사한 돈으로 만들어진 병원. 이곳의 원장이 진두지휘하고 산부인과.마취과.신생아과 '명의' 3명이 투입됐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왕실 경찰과 경시청 경찰관이 24시간 병원 외곽과 병실을 지켰다. 최근 이 병원에는 "나도 아이를 여기서 낳고 싶다"며 예약이 쇄도한다고 한다.
후미히토는 득남 후 홋카이도를 방문 중인 아키히토 일왕 내외와 형인 왕세자에게 전화로 출산 소식을 전했다. 일왕 내외는 소식을 접한 뒤 숙소인 호텔 밖에서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 모유로 키운다=기코는 다음주 퇴원하는 대로 왕실 거처에서 육아에 전념할 예정이다. 왕실의 보육 매뉴얼인 '나루장 헌법'에 따라 모유를 먹이고, 외출 때에는 미리 짜 둔 젖을 냉장고에 넣어뒀다 먹인다. 또 종이 기저귀 아닌 천 기저귀를 쓰고 유아복도 직접 손으로 짠 옷을 입힌다는 방침이다.
◆ 왕세자빈 동정론도=일본 국민 중에는 왕세자빈 마사코(雅子.42)에 대한 동정론도 일고 있다. 동서가 아들을 낳아 심리적 부담감이 더 커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그는 폐쇄적인 왕실문화와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죄'로 인해 3년 가까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