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공산당에 주부 서기장/33세 템플여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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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버지손에 끌려 13살때 입당/70년대 베트남전쟁 반대 앞장
동구공산주의가 퇴색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60년대 이후 이미 퇴조의 길을 걸어온 영국공산당이 최근 여성 서기장을 선임,영국사회에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신임 당서기장은 33세의 주부 니나 템플여사로 13세때인 지난 1970년 공산당원인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영국공산당원이 된 인물이다.
한살된 아들과 세살된 딸등 두 자녀를 갖고 학교교사인 남편과 함께 사는 템플서기장은 이번 서기장 선임으로 당으로부터 연봉 1만3천달러를 받게됐다.
템플서기장은 공산당원이자 소련시베리아및 쿠바관광을 알선하는 관광사업을 하는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아 어릴때부터 공산주의 운동에 참가했었다.
그녀의 최근 가장 중요한 활동은 70년대 베트남전쟁 반대운동에 앞장섰던 일이다.
영국공산당이 템플 여사를 신임 서기장으로 선출한 것은 당세가 극히 약화되고 영국에서 공산당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면서 활동적인 리더를 찾기어렵게된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공산당은 2차대전 직후에만해도 당원 5만6천명의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으나 최근 당세가 약화,겨우 7천5백명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에서는 공산당이 정치인들과 지식인들로부터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정당」이라는 지칭을 들어왔으며 지난 87년 후보를 내놓았으나 유효투표의 0.05% 수준이자 당원전체 숫자에도 못미치는 6천표만 획득,후보전원 탈락이라는 참패를 당했었다.
영국공산당은 지난 1920년 창당돼 지금까지 겨우 두명만 하원에 진출시킨 경험을 갖고 있으며 그마저 마지막 의회의원은 40년전에 당선된 것이 전부다.
영국공산당이 특히 최근에 몰락의 길을 걸어온 것은 전통적인 공산당 지지기반이었던 철강노조등 중공업분야 노조가 약화되면서부터다.
영국런던의 임페리얼대에서 자연과학을 공부한 템플서기장은 「80고령의 브레즈네프」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템플서기장은 자신의 별명답게 공산주의에 대한 생각은 매우 이상향적이다.
템플서기장은 『나의 공산주의에 대한 정의는 계급ㆍ인종ㆍ성의 차별이 없는 사회를 건설하는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템플서기장은 『영국공산당은 1917년 러시아혁명 이후 레닌주의에 입각해 창당됐다. 그러나 이제 1917년의 혁명이 실패한 것이라면 영국공산당도 나가야할 길을 새로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템플서기장은 또 『공산주의자로서 인민의 힘을 기르고 인민이 정치를 주도하도록 하겠다』며 앞으로의 당운영방침을 밝혔다.
대처총리가 강력한 보수당 정권을 이끌고 있는 영국에서 런던의 한여성은 템플여사의 등장을 이렇게 비아냥거렸다.
『어쩌면 영국여자들은 하나같이 지저분한 일만 도맡아 하는가.』<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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