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내놓은 쓰리쎄븐대주주 항의받은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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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 코스닥 상장기업의 최대주주가 임직원들에게 100억원어치의 주식을 증여했다.1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무상증여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쓰리쎄븐 김형규 고문, 그를 만난 것은 3년전이다. 당시 68세였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가 불편했다. 어렸을때 교통사고로 한쪽 눈을 잃었다. 신장이 안좋아 신장 한쪽도 떼냈고, 심장이 약해 협심증으로 고생했다. 황해도 해주가 고향인 그는 1.4후퇴때 피난, 천안에서 좌판을 했다. 미제 드럼통을 재료로 손톱깎이를 만들기 시작, 오늘날의 쓰리쎄븐을 만든 인물이다.

인터뷰 당시 놀란 것은 그의 외모뿐이 아니었다. 그의 검소함이었다. 오래돼서 헤진 소파와 낡아빠진 TV, 골동품 같은 책상과 의자들...

인터뷰 당시 모습과 '100억원어치 주식 무상증여'는 얼핏 어울리지 않게 느껴졌다. 그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그의 사위인 김상묵 사장(46)이 경영을 맡고 있다. 김 사장에게 100% 자회사인 바이오벤처, 크레아젠 임직원들에게 주식을 증여하게된 배경을 들어봤다.

"회사 가치를 높여준데 대한 보상차원이라고 보면 된다.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가족회의에서 결정했다. 연구진들이 똘똘 뭉쳐서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밤에도 항상 불이 켜져 있다. 추후에도 추가로 보상해줄 수도 있다. 연구진들이 연구를 열심히 하면 주식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다. 서로 잘하자는 의미다."

그래도 '막상 하고나니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고문께서는 회사에서 돈을 벌면 나눠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평생을 사신 분이다. 처음부터 그러셨고, 이번 일도 그 연장선상일 뿐"이라고 김 사장은 답했다.

김 고문을 직접 인터뷰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으나 김 사장은 뒤로 미루자고 했다. '요즘 건강이 좋으신 편이 아니고...'라며 말을 돌렸지만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여기까지는 훈훈한 감동스토리다. 그런데 쓰리쎄븐은 지난 금요일 소액주주들의 전화공세에 홍역을 치렀다고 한다. 공시가 나가자 마자 전화통에 불이 났다. 고맙다는, 잘했다는 내용의 전화가 아니라 항의전화였다. 회사로서도 의외였다고 한다.

이유인 즉슨 이렇다. 크레아젠 임직원들이 증여받은 63만1695주(6.07%)가 시장에 나오면 주가가 떨어질텐데 왜 증여를 했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증여를 하더라도 보호예수라도 걸었어야 했다는 주장도 있었다고 했다.

임직원들에게 100억원어치를 증여한 최대주주와 이에 항의하는 소액주주의 모습은 누가 부자가 되고 누가 부자가 되지 못하냐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실례가 아닐까 싶다. 주는게 있어야 받는게 있다는게 자연스런 이치다. 소액주주들도 회사 발전을 위해 연구진에게 다만 얼마라도 증여할 생각을 가져보는 것은 어떤가.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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