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주체사상의 도구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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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남북이 갈라진지 올해로 45년. 그 동안 북한의 음악은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북한에 과연 음악은 있는 것인가.
이러한 문제들을 심도 있게 다룬 북한음악에 관한 최초의 연구논문이 나왔다.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소장 최 명)는 해방이후 80년까지 북한의 음악정책과 창작활동 등을 망라한『1945년 이후 북한의 음악에 관한 연구』를 최근 발간했다. 이 논문은 서울대 서우석 교수 등 4명이 국토통일원자료 등을 바탕으로 공동 집필했다.
그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북한의 음악은「김일성 교시」와 당의 방침에 의해 결정되고 음악정책은 사회주의·공산주의 사회의 본성적 요구와 음악의 혁명화·주체사상화의 요구에 의해 전개돼 왔다. 또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이 만든 항일혁명음악과 이면상이 만든 신 민요를 전통으로 삼고 있다.
시기별로 40년대는「당의 정책을 반영한 노래」, 50년대 초는「전쟁을 고무시키는 노래」, 휴전 후에는「복구건설의 노래」, 60년대에는「혁명전통을 고양시키는 노래」와「김일성을 찬양하는 노래」, 70년대에는「김 일가를 우상화하는 노래」가 주류를 이뤘고 각 시기 공히 인민과 대중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문예 이론은 마르크스-레닌의 사회주의적 예술론에서 이른바 주체이론으로 바뀌었고 창작방법론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고수하고 있다.
종교음악을 비롯, 예술지상주의·코스모폴리터니즘·모더니즘 등을 배격하고 있으며 순수예술음악과 전통음악 중에서도 정악(민속악에 대비되는 상류층의 음악)은 부르좌 음악이라고 배격하고 있다. 판소리와 전통발성법은「탁한 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없어졌고 60년대 이후 창극은 민족가극으로 대치됐다.
주요음악형태로는 △혁명 가극 △음악무용서사시 △음악서사시 △음악무용이야기 △혁명적 음악무용서사시극 △송가(김일성 찬양 가)등이 있다.
연주형태는 △바이얼린과 남성중창 △여성독창과 남성합창 △민족목관 4중주 등 매우 다양해졌고 가극에서 극의 줄거리를 음악적으로 이끌어 가는 합창형태인「방창제도」가 생겼다.
음악가의 사명은 음악으로 인민들을 공산주의적으로 교양하며 온 사회를 혁명화·노동계급화하는 것. 음악교육의 목적도 학생들을 주체사상과 당의 문예사상으로 무장시켜 혁명적인 음악예술인을 만드는데 있다.
북한음악의 일반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창작의 주체가 개인이 아니라 당이다. 둘째, 재즈와 현대음악은 퇴폐적이고 난해하다는 이유에서 배제하고 있다. 셋째, 여럿이 공동작업을 해서 만든 집체작이 많다. 넷째, 중국과 소련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다섯째, 조율체계가 서양식 조율체계인 평균율로 통일이 됐다. 여섯째, 음보다 가사를 중시하는 가사중심의 음악이다. 일곱째, 음악이 정치 또는 이데올로기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분단이후 북한의 음악은 이처럼 남한과 다른 발전과정을 거쳐 현재 남북한의 음악에는 동질적인 면보다 이질적인 면이 많다.
따라서 남북의 이질성극복을 위해 북한음악에 대한 연구가 다각도로 이뤄져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악보와 가사 등 북한음악관련 자료들이 전면적으로 개방돼야 한다.』

<유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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