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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CoverStory] 성공→실패→재기 성신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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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제(58) 성신제피자 대표는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살았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1983년, 피자헛 브랜드 소유주인 펩시코인터내셔널 회장과 담판을 지어 한국 내 사업권을 따냈다. 10년 뒤에는 52개 직영점포를 운영할 만큼 성공했지만, 본사와의 상표권 분쟁에 휘말려 경영권을 놓쳤다.

"법적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수중에 300억원이 들어오더군요. 그때부터 사람들이 무서워졌어요. 전부 내 돈만 노리는 것 같아서요. 에라 돈벼락에 깔려 죽어나 보자 싶어 술 마시고 골프만 쳤지요." 6개월 뒤 어느 날 아침, 문득 정신이 들었다. "하루종일 누구랑 뭘 하며 놀까만 생각하는 거예요. 말초신경만 발달하는 거지. 아, 이래서 마약도 하는구나 싶더군요."

정신 차리고 새 사업을 구상했다. 그게 또 돈 까먹는 지름길인 줄 그땐 몰랐다. 미국의 유명 가수 케니 로저스와 손잡고 '로터스 치킨'을 시작했다. 외환위기가 터지자 미국 본사는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순식간에 부도가 났다. 서울 강남역 부근의 한 빌딩 옥상에 올라가 투신자살하려 했다. "억울하더군요.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죽어 봤자 나만 손해다 싶었어요. 다시 일어서기로 했죠. 그때 나이 오십이었어요."

다시 '피자'로 돌아간 그는 요즘도 매일 주방에서 피자를 굽고 점포들을 돈다. 이탈리아어 공부도 시작했다. 일주일에 3일, 매일 3시간씩 아들 손자뻘 친구들과 책에 파묻힌다. "행복요? 돈에선 절대 행복 안 나요. 행복에서 돈 나죠."

*** 그의 행복

*넉넉한 교통카드 잔액만 봐도 흐뭇하다

건강한 몸,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가 있고 아직 할 일 많은 사람이란 자각이 좋다.

*빚 다 갚은 게 재산 모은 것보다 보람 있다

내 책임을 다했다는 것,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것, 절망 에 무릎 꿇지 않았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한 따윈 품지 않는다

재기하고 행복해지는 게 복수다.

*아버지도 나도 못 말리는 낙천주의자

어린 시절 참 가난했다. 투덜대는 내게 아버지가 말했다. "우리 집에 없는 건 돈뿐이잖니." 그날부터 아버지를 더 사랑하게 됐다.

이나리.홍주연 기자 <windy@joongang.co.kr>
사진=권혁재 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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