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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청·전남도청사 등 왜 비슷하나 했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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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자체는 청사를 크고 호화롭게 짓는 것만 생각하지요. 그러니 건축 작품의 수준이나 경관, 주변과의 조화까지 말할 단계가 안됩니다."(김원 광장건축 대표)

지방청사는 어느 곳을 가나 겉모양이 비슷하다. 친근감보다는 위압감을 주는 박스형.타워형 건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서울시립대 박철수(건축학) 교수는 "너무 많은 힘이 작용해 비빔밥이 되다 보니 낯익은 박스 형태의 건물이 채택된다"고 말했다.

최근 지어진 청사도 마찬가지다. 대전시청사.전남도청사 등은 일본 도쿄도청사와 비슷하게 주위를 압도해 위압감을 준다고 말하는 전문가가 많다. 김원 광장건축 대표는 "도쿄도청사 모델은 에너지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관리비가 많이 들어 일본에서는 10년 전에 사라졌다"고 말했다. 기와집 모양의 여수시청사처럼 독특한 외관의 청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청사에서 지역의 특색을 찾기란 쉽지 않다. 명지대 김혜정(건축학) 교수는 "지역적 특성이나 입지적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도시의 청사를 모방해 크게만 지으려 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설계와 시공을 한 곳에 맡기는 '턴키 방식'도 특색 없는 청사가 양산되는 이유다. 이동우 새건축사협의회 사무국장은 "턴키 방식은 공무원의 일감을 줄여 주지만 공공 건축물의 수준을 크게 떨어뜨리는 주범"이라고 말했다. 김영섭 건축사는 "턴키 방식의 발주가 일반화하면서 다양한 건물이 들어서지 못하고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턴키 방식만 탓할 것은 아니다. 고려대 여영호(건축공학) 교수는 "현상 설계에서도 작품성 있는 것보다는 눈에 드는 것, 겉보기에 화려하고 치장적이며 무난한 게 당선되니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공 청사는 민원인의 편의성, 주민의 공간활용(공공성)에서도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사 앞 잔디밭이나 벤치에는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렵다.

장양순 대한건축사협회 홍보이사는 "일부 최신 청사에서 민원인이 주차한 뒤 곧바로 청사에 들어갈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변화"라고 말했다.

취재=남정호 뉴욕 특파원
허귀식.천인성 탐사기획부문 기자
임슬기 대학생 인턴기자<제보=deep@joongang.co.kr>
02-751-5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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