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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가 죽어가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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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공기가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더욱 혼탁해져 아황산가스와 먼지 등으로 뒤범벅이 된 대기 속에서 마음놓고 숨쉴 수도 없다.
게다가 최근 대기 속에 인체에 치명적인 수은· 납· 카드뮴 등 중금속까지 오염돼 시민의 숨통을 죄고 있고 무서운 발암물질인 석면· 벤조피렌의 농도가 점차 짙어져 대도시 상공에는 거대한 공기정화기라도 설치해야할 판이다. 대기오염의 주범은 난방 연료 외에도 생산공장에서의 배출가스,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자동차 배기가스.
국립환경 연구원 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의 일산화탄소 오염 때문에 연간 13만8천6백여 명의 협심증 환자가 새로 발생하거나 증세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있다.
◇아황산가스=환경청이 밝힌 지난 10월의 서울· 부산· 대구· 대전 등 대도시 아황산가스 오염도는 0·035∼0·062PPM으로 지난 8월 0·01∼0·02PPM에 비해 크게 악화 됐다. 이는 겨울철 난방연료에 의한 대기오염이 극심해졌기 때문.
특히 문래동의 경우 지난 1∼2월의 오염도는 0·35PPM으로 환경기준치의 7배를 넘어 아황산가스 오염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으로 드러났다.
아황산가스는 석탄· 석유 등 이른바 화석연료가 연소할 때 많이 배출되며 호흡기 질환은 물론 폐기 종을 일으키는 유독가스. 아황산가스오염도가 0·05PPM인 상태에서 1년 이상 지속 시 건강한 사람이라도 호흡기 질환이 발병할 수 있으며 0·15PPM에서 1시간 운동할 때는 폐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따라서 환경청은 아황산가스 환경기준치를 연평균 0·05PPM이하로 규정하고 있고 일평균 0·15PPM은 연 3회 이상 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올 들어 지난 겨울철 (1∼4월) 일 평균 기준치를 초과한 횟수만도 △서울이 96일이나 됐고 (문래동 33일· 마포 16일· 불광동 13일· 신설동· 잠실동 각각 6일) △부산은 48일 (장림동 19일· 광안동 17일· 감전동 12일) △대구 23일 (복현동 9일· 동인동 8일· 대명동 6일) 등으로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WHO (세계보건기구) 는 아황산가스에 의한 인체 위해도의 심각성을 인정, 환경 기준치를 국내보다 2배 이상 강화된 연평균 0·02PPM으로 정하고 있다. 미국과 스웨덴도 0·03PPM으로 규제하고 있고 일본은 0·04PPM으로 정하고 있는 실정.
◇이산화질소=환경청이 오염도를 그때그때 밝히지 않고 있으나 인체에 크게 해로운 공해물질.
서울대환경대학원 김정앙?? 박사 팀이 지난해 서울의 고층빌딩 밀집지역인 서소문과 무교동 등 10개 지점을 조사한 결과 『지상에서 2Om 상공까지 환경기준치 (아황산가스와 동일)를 훨씬 넘는 이산화질소가 꽉 차 있다』 고 밝혀 큰 충격을 주었다.
김 박사 팀에 따르면 2개 지역 이산화질소 오염도는 0·07∼0·08PPM이었는데 서소문의 경우 10m 높이에서 최고 0·09PPM이었고 무교동은 2m 높이에서 최고0·08PPM으로 분포돼 고층빌딩에서도 창문을 마음대로 열어두지 못하게 됐다는 것.
이산화질소는 주로 자동차배기가스나 대규모 공업단지의 연료에서 많이 배출되며 호흡기를 통해 기관지염· 폐 기종은 물론 폐암까지 일으키는 무서운 가스. 이 가스가 아황산가스와 다른 점은 바로 섬유성 폐쇄기관지염이나 폐암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또 이산화질소는 아황산가스와 함께 빗속에 섞여 죽음의 비인 산성비를 내리게 하며 옥시던트 (오존) 를 생성, 동식물의 생태계를 파괴한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아황산가스와 함께 가장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분진 (먼지) =서울· 부산· 울산· 대전 등 4개 도시의 지난 겨울철 분진오염도는 입방 m당 1백73∼2백12㎍으로 역시 환경기준치 (입방 m당 1백50㎍)를 크게 웃돌고 있다.
또 지난 1∼8월 서울 대기 중 분진오염도는 입방 m당 1백88㎍을 기록했는데 이는 일본동경의 60·2㎍, 미국뉴욕의 61·8㎍에 비하면 3배 이상이나 높은 수치.
지난 10월 부산· 대구의 분진 농도는 각각 입방 m당 2백18, 1백81㎍으로 기준치를 초과했다.
분진은 입자의 크기에 따라 10마이크로 m이하를 부유분진 (떠다님) , 그 이상을 강하분진 (가라앉음) 이라 하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부유분진 이다. 즉 입자가 작아 공중에 떠다니며 호흡기를 통해 허파꽈리까지 도달, 침착 돼 진폐증 등의 만성질환을 일으킨다.
그러나 분진이 가진 더 큰 위험성은 납· 카드뮴· 망간과 같은 무서운 중금속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
중앙대 손동헌 교수 (약대) 는 『서울시내 대기 중 유해 중금속인 납· 카드뮴등의 농도는 일본동경의 6∼11배에 이른다』 고 밝혔다.
현재 미국은 입방 m당 납 1·5㎍, 카드뮴 2㎍ 등으로 환경기준치를 정하고 있으나 국내에는 아직 기준이 없다.
◇옥시던트=오존으로도 불리는 2차 오염물.
오존은 포름알데히드· 아크로레인 등으로 변화, 인체의 호흡기에 직접 해를 끼치기도 하고 다른 질환의 면역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환경청이 지난 1∼10월 전국의 대도시를 대상으로 오존오염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0·008∼0·018PPM으로 환경기준치 0·02PPM에는 못 미치고 있다.
◇기타=대기 중에 포함돼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오염물질은 수은· 납 등 중금속과 석면· 탄화수소· 일산화탄소 등 수 천가지.
▲수은=공장의 굴뚝이나 자동차배기가스로 나온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해 서울의 한남동· 구로공단· 잠실 등· 올림픽공원 등 4개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수은 농도는 입방 m당 최고 1백12·8나노g (1나노 g은 10억분의1 g). 이는 WHO의 환경기준치에는 아직 못 미치나 설악산의 입방 m당 1·2나노 g에 비해 94배나 높은 수치.
▲탄화수소=급증하는 자동차배기가스가 주범으로 국립환경연구원이 최근 밝힌 대도시 대기 중 탄화수소오염도에 따르면 서울 0·31, 부산과 울산이 각각 0·48PPM으로 나타났다. 탄화수소는 광 화학작용에 의해 포름알데히드 등으로 변화, 0·1∼1·0PPM에서 눈을 자극하는 해로운 물질.
▲석면=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남원 교수 팀이 최근 석면을 사용하는 국내 11개 업체를 대상으로 오염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동차정비업체에서 cc당 최고 7·28개가 검출돼 환경기준치 (cc당 0.5개) 의 6배나 됐다. 석면은 호흡기를 통해 폐 기종을 일으키는 무서운 물질. ◇대책=환경청은 지난해 국내에서 총 8백20만t의 연탄사용으로 12만3천4백t의 아황산가스가 발생돼 총 아황산가스 발생 량의 64%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또 공장 등 산업체에서 유류 사용으로 24%의 아황산가스가 배출됐다고 밝히고 유황함유량이 1·6%인 벙커 C유의 난방연료사용을 내년 9월부터 0·4%로 낮추고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난방연료를 경유 또는 청정연료인 LNG로 대체토록 했다.
한편 지난83년 78만대에 이르던 국내 자동차가 올해는 2백10만대로 증가함에 따라 배기가스에 의한 대기오염의 가중을 막기 위해 92년까지 현재의 4O%에 머무르고 있는 무연휘발유 차를 9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것은 연탄사용문제. 겨울철 난방연료의 85%로 의존도가 높은 국민의 연료가 되고 있는 연탄사용을 억제하기가 현재로선 극히 어려운 형편이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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