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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 117일 떠올리기도 싫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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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돼 117일 만에 풀려난 동원호 선원 7명이 9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송장식 동원수산 사장(右)이 최성식 선장, 이기만 조리사, 전종원 통신장, 위신환 갑판장, 김진국 1등 항해사, 협상대표 강오순 동원수산 상무(왼쪽부터)를 맞이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1. 9일 오후 5시쯤 인천국제공항 49번 게이트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 풀려난 동원호 선원 7명이 타고 온 비행기가 도착했다. 게이트 앞에는 취재진 40여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공항 관계자가 "취재편의를 위해 다른 승객들이 다 내린 뒤 선원들이 내리도록 협조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선원은 서둘러 비행기에서 내렸다. 취재진에게 "이게 뭐 하는 짓이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 선원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취재진은 입국심사대 부근에서 겨우 최성식(38) 선장 등 선원 3명을 만날 수 있었다.

#2. 오후 5시30분쯤 짐 찾는 세관구역

선원들은 뒤쫓아온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일부 선원은 사진촬영을 피하고자 손으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선원 김두익(36)씨는 피랍 이후 생활을 묻는 질문에 "TV에 나온 것과 똑같다"는 말만 했다. 조리사 이기만(41)씨는 "어머니가 연로하셔서 걱정이 많았다. 빨리 뵙고 싶다"고 말했다. 최 선장이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나름대로 고생했지만 회사와 국민의 염려와 배려로 건강하고 안전하게 돌아왔다"며 "국민께 감사하며 죽는 날까지 열심히 살겠다"는 인사말을 했다. 그는 인사말을 끝낸 뒤 "자꾸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캐물으니까 (선원들이) 피한다"며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3. 오후 5시50분쯤 입국장

굳어 있던 선원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마중나온 가족들을 본 것이다. 이기만씨 가족들은 그에게 달려가 힘껏 껴안았다. 눈물도 글썽였다. 동원수산의 송장식 사장은 최 선장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귀환을 축하했다. 선원 중 4명은 이날 본사가 있는 부산으로 떠났으며 다른 선원들은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동원호 선원들은 4월 4일 아프리카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해적에게 납치됐다가 117일 만인 지난달 30일 석방됐다. 이들은 5일 케냐의 몸바사항에 입항해 휴식시간을 가진 뒤 이날 귀국했다. 황상기 기관장은 새로 도착하는 기관장에게 선박을 인계하고 이틀 후쯤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강갑생 기자, 최혜민.손호석.오지예 인턴기자

<kkskk@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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