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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 죽은 지 3년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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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의 영아 유기사건을 수사 중인 방배경찰서는 7일 "영아들의 아버지로 확인된 프랑스인 C씨(40)의 부인 V씨(39.프랑스인)가 산모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갑식 방배서 수사과장은 "C씨 집에서 수거한 귀이개에서 영아들의 DNA와 일치하는 여성의 DNA가 검출됐다"며 "이 여성 DNA는 C씨 부부 아들(11세.9세)의 DNA와도 일치하며 정황상 산모는 V씨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V씨가 2003년 12월 모 산부인과에서 자궁 적출 수술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에 따라 영아 유기는 C씨 부부가 입국한 2002년 8월에서 2003년 12월 사이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C씨 부부가 귀국해 조사받기 전까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는 그대로 남아 있다.

◆ 언제 낳았나=영아 유기 시점이 2002년 8월~2003년 12월 사이라면 친자식의 시체를 몇 년간이나 냉동고에 넣어 보관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심지어 지난해 8월 방배동에서 반포동으로 이사 올 때도 아이들의 시체를 함께 운반했다는 얘기다. 상식적으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C씨가 영아 유기에 어느 정도 연루돼 있는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만약 몇 년간이나 영아 시체를 집에 보관했다면 집주인인 C씨가 그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은 작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발견 당시 아기들은 C씨 가족이 최근에 다녀왔다는 쇼핑센터의 비닐봉지에 싸여 있었다. 이는 누군가 시신을 새로 싼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C씨 가족 중 일부는 영아 시체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것이란 추리가 가능하다.

◆ 왜 신고했나=C씨는 프랑스 현지에서 "나는 아이들의 아버지가 아니다"며 결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C씨가 경찰에 신고한 배경도 궁금증을 더한다. 그냥 아이들 시체를 땅에 매장하는 등 조용히 처리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굳이 한국 경찰에 신고해 일을 '번거롭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C씨가 이번 사건의 전모를 몰랐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 두 번 유기했나=사망한 아이들이 이란성 쌍둥이인지 그냥 형제 관계인지도 판명되지 않았다. 두 시체 모두 부패해 있었는데 한쪽의 부패 정도가 더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사망한 시점이 달라 쌍둥이가 아니고 형제 관계로 드러나면 V씨는 자식을 두 번이나 유기했다는 뜻이 된다.

왜 아이들을 죽였는지, 아이들의 사인은 뭔지도 현 시점에선 전혀 알 수 없다. 일반적 영아 유기는 산모가 심한 산후우울증이나 아이의 선천성 질환 등으로 부모가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소환 수사 가능한가=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은 "프랑스 경찰 당국에 따르면 C씨는 현재 프랑스 중부 앵드르에루아르 지방의 자택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현재 부부가 함께 있는지, 부인 V씨는 다른 곳에 있는지 등 부인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초 C씨는 28일 입국하기로 돼 있었지만 상황은 유동적이다. 경찰은 V씨가 혐의를 부인하지 못하게끔 프랑스 현지의 협조로 V씨의 DNA를 넘겨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은 C씨 부부의 소환을 위해 외교채널을 가동하는 한편 조기 귀국을 위해 국제 형사 사법공조에 따라 사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권근영 기자, 유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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