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의 자체를 연기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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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희상 전 청와대 국방보좌관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한국군 단독행사를 위한 로드맵이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결정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합당한 군사력을 확보하고 한.미 동맹에 필적할 만한 대체 역량을 갖춘 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시의적절한 지적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2011년까지의 국방중기계획이 완료되면 전작권 환수를 위한 전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정부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국방력 증강 실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차기유도무기인 SAM-X사업은 검토한 지 20여 년이 됐지만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중기계획이 제대로 집행되려면 올해 국방예산은 증가돼야 했으나, 실제론 지난해보다 1.7% 줄었다. 중기계획 내용을 봐도 상당수 첨단무기 도입이 10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럼에도 어떻게 '5년 내 완수'를 주장할 수 있는가.

두 번째는 국민 의사와는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추진해 왔다는 점이다. 그것도 설득력 있는 대책 제시는 없이, 마치 이것만 확보하면 '자주 군대'가 되는 양 선전해 왔다. 환수 시기를 놓고 지난해엔 '10년 이내'라고 했다가, 올해엔 '5년 이내'라고 하는 등 오락가락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국방부는 이 사안이 불거지자 뒤늦게 '유사시 미군 증원' 등 미국이 확인해 준 내용을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전작권 환수를 강행할 명분은 될 수 없다. '유사시 미군 증원'이 실제로 우리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줄지는 극히 미지수다. 미군은 다른 국가의 통제는 받지 않기 때문이다. 한 전직 장관은 "유사시에 주력군이 될 미군의 첨단 전력을 한국군이 통제할 수 없을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전작권은 언젠가는 환수돼야 한다. 그러나 핵과 미사일로 위협하는 북한의 호전성과 우리의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아직은 때가 아니다. 전작권은 논의 자체를 연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