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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미·정서 담긴 한국 회화 한눈|89현대 한국 회화전|20일∼12월24일 호암 갤러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우리의 현대 회화」는 과연 어떤 것일까.
진정한 의미의 현대 한국화의 특성과 방향을 모색해보는「89현대 한국 회화전」이 20일부터 12월24일까지 호암 갤러리 (주최)에서 열린다. 이 전시회에는 신진 및 중견 동·서양 화가 49명이 1∼2점씩 모두 67점을 출품한다.
이 전시회는 우선 지금까지 관행처럼 분류되어온 동·서양화란 장르의 구별을 없앤 점이 특징이다. 장르나 형식·재료에 구애됨이 없이 한국인의 미의식과 정서가 담긴 그림은 모두「한국 회화」로 보고 이를 한자리에 모아 「우리의 그림」의 공통 분모를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처럼 동·서양화가 장르의 벽을 헐고 같은 공간에서 공동의 이념을 추구하는 기획전은 처음 있는 일로써 화단의 높은 평가와 주목을 받고 있다.
호암 갤러리는 이 전시회에 앞서 개최 목적과 성격을 뚜렷이 하기 위해 지난 9월10일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화가·평론가 등 30여명이 모인 워크숍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동·서양화라는 종래의 2분 법적 분류 개념을 극복해 한국적 회화 정신을 찾아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호암 갤러리는 모든 장르나 재료를 뛰어넘어 우리 특유의 미의식과 정서가 담긴 것을 「한국 회화」라고 규정짓고, 운영 위원회에서 초대 작가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운영 위원은 이종석 (호암 갤러리 관장), 윤명노 (서양 화가·서울대 교수), 오광수 (미술 평론가), 이종상 (동양 화가·서울대 교수), 송수남 (동양 화가·서울대 교수)씨 등 5명.
이들은 각자 후보 작가 50명씩을 추천하고 이를 대상으로 토의를 벌여 만장일치 된 작가만을 골랐다. 이 과정에서 운영 위원회는 작가의 유명도는 물론 모든 학연·지연을 초월, 한국미의 특질과 의지가 돋보이는 작가를 초대했다.
물론 이 초대 작가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그러나 채색 위주의 작업을 하는 동양 화가나 지나치게 사실적이거나 기하학적 추상 작업을 하는 서양 화가는 『전시회의 근본 취지와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과감히 제외시켰다.
운영 위원들은 『이 전시회가 우리의 미의식을 축으로 현대성과 국제성을 확립하는 새로운 회화 운동으로 발전되어야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전시회와 함께 한국적 특성에 대한 명쾌한 이론 정립 작업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호암 갤러리는 「우리의 그림」을 모색하는 첫 시도로 지난해 9월 동양화가 50명을 초대해 「88현대 한국 회화전」을 개최했었다.
동양화 부문에만 한정해 조심스럽게 문을 연 이 전시회는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았고 여기에 자신을 얻은 호암 갤러리는 전시회를 더욱 본격화시킨 것이다.
호암 갤러리는 내년에는 조각 부문까지 개발, 연차적으로 모든 장르를 포함한 미술 세계에서 「우리의 미술」을 모색할 예정이다.
초대 작가 49명은 다음과 같다 (가나다순).
김병종 김선형 김종학 김태호 김형대 김호득 김호석 김훈 문봉선 박영하 박인현 박재호 배성환 백순실 서도호 석난희 송수남 송수련 신산옥 심경자 오원환 오숙환 유희영 윤명노 윤형재 이강소 이경수 이규선 이기봉 이길원 이두식 이봉렬 이부웅 이인수 이종상 이철량 장상의 장선영 장화진 정치환 정탁영 지석철 최명영 하동철 한기주 형진식 홍민표 홍정희 황창배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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