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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당에선 다른 사람 추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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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날 "문재인 법무부 장관 지명은 적절치 않다"고 했던 김 의장은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의 여당 비판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발언을 자제했다.

◆ 김근태 의장 "갈등으로 비춰지면 안 돼"=김 의장은 회의 중 우상호 대변인을 의장실로 불러 들여 이 실장의 발언 내용을 물은 뒤 "갈등으로 비춰지면 안 된다. 더는 그 얘기를 하지 말자"고 지시했다고 한다.

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론 신중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선 당혹감과 불만이 섞여 튀어나왔다. 다수의 흐름에선 표현의 차이만 있을 뿐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인사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임은 당연하며 여당의 누구나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당 역시 당이 파악한 민심을 청와대에 전달할 수밖에 없다."

▶유승희 의원="여당이 김병준 부총리 사퇴를 요구하고, 문재인 법무부 장관 임용에 반대한 것은 개인적 자질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민심을 국정에 반영코자 한 것이다. 이 비서실장이 당.청 간 위기를 수습하려 하기보다 당.청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말을 했다."

▶수도권의 초선 의원="비서실장이 지나친 표현을 쓰고 있다. 당의 건의엔 그간의 정치적 상황이나 민심에 대한 판단이 포함돼 있는 만큼 민심을 전달하는 것 자체를 불가하다고 해선 안 된다."

후임 법무부 장관 인사에 대한 여당의 입장은 이날도 다시 한번 드러났다. 김 원내대표는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당에서 (문재인 전 수석 이외에) 다른 분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전날 김 의장 발언과 동일한 맥락이다. 김 의장은 법무부 장관에 법무연수원장 출신인 임래현 당 법률구조위원장 등을 청와대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내에는 '문재인 불가론'을 넘어서 교육부총리.법무부 장관 자리에 열린우리당 쪽 인사를 앉혀야 한다는 주장까지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총리로는 이미경.김명자.홍창선 의원 등 소속 의원들의 입각론이 부상하고 있다. 당 인사 입각론은 현직 의원이기도 한 김진표 전 교육부총리와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후임 인선이므로 당연히 여당 사람이 가야 한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물론 일부 의원은 인사를 놓고 당.청 간 감정 싸움으로 번지며 여권 전체의 신뢰도가 추락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이 실장 입장에선 할 수 있는 말이다. 서로가 차분히 감정을 가라앉힌 뒤 비공개로 논의해야 할 것 같다."

▶유선호 의원="당.청이 서로 존중하면서 최적의 결론을 내 문제를 해결하자."

하지만 이 같은 신중론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여당에선 그간 침묵을 지켜왔던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이 비서실장의 입을 통해 표현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김병준 부총리를 둘러싼 당.청 갈등을 능가하는 제2의 당.청 간 힘겨루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내엔 또 다른 변수도 감지된다. 일부 친노직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의장 등 지도부의 청와대 압박에 반발하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그래서 후임 법무부 장관 인선을 둘러싼 당.청 갈등 기류는 여당 분화의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

채병건.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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