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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생각은

의사도 잘 모르는 '건보 선별등재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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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첫째, 부작용 등의 이유로 처방을 변경했을 때 선별등재제에 의해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할 사례가 분명히 증가할 것이다. 당연히 보험제외약품에 대한 환자의 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둘째, 신약의 보험급여 등재가 어려워져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되며, 나아가 의료서비스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보험급여 대상에서 탈락한 약을 제조하는 상당수의 국내 제약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넷째, 심사평가원이 보험급여 약품을 선정하는 데 있어 얼마나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수만 가지가 넘는 약물들의 효과에 대해 순위를 매긴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투명한 선정 기준이 제시되지 않으면 제약업체들의 음성적인 로비가 횡행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선별등재제로 약가제도를 전환하는 정책은 보건의료 전반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지고 올 것이다. 하지만 이해당사자인 환자들과 처방의 주체인 의사들조차 이처럼 중요한 사안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점은 문제가 있다. 정치권도 선별등재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우리 측 요구 사안인지라 입장 표명에 조심스러운 것 같다. 정부는 성급한 정책 추진에 앞서 이 문제를 좀 더 공론화해 다양한 비판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통해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 면밀한 대책을 수립하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얻어내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구자성 산부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