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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목욕'이 외음부 가려움증 유발?

중앙일보

입력

'처녀들의 저녁식사'란 한국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목욕을 하다 자신의 성기를 한 번 보려고 이리저리 자세를 취하다가 넘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그만큼 여성들 중 상당수가 자신의 성기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한다.

여성에게 있어 자신의 성기는 여전히 남이 아닌 자신조차 보기 힘든 곳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일상 생활 속에서 조금만 세세히 신경 써도 걸리지 않을 수 있는 여성의 질과 관련된 질환, 그리고 예방법 등을 전문의의 도움말로 살펴본다.

◇ 질 세정이 오히려 염증을 유발하기도

여성의 질은 세균에 의한 감염으로 분비물, 가려움증, 냄새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청결에 신경써야 한다. 질에 있는 좋은 세균들은 보통 질의 산도를 약산성으로 유지시키지만 질이 알칼리성 환경이 되면 염증이 생기거나, 질염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질 세척용 세정제나 소독약에 의해 알칼리성 환경으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질 세정제 사용시에는 의사와 상의한 후 사용하고, 생리가 거의 끝날 즈음이나 끝난 직후에는 질 내부에 찌꺼기가 많은 만큼 조심스럽게 세정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권한다. 만약 세정 중에 쓰리거나 아플 경우, 심하게 가려울 때는의사의 진찰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

또 샤워기를 이용해 뒷물을 하면 강하고 넓은 샤워기 물줄기 때문에 항문 주위에 묻어 있는 세균이 질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간혹 식초나 소금을 타서 뒷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라는 게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뒷물은 평균 주 3~4회 가량 하면 된다. 하지만 생리 중에는 생리혈의 찌꺼기나 생리 후 분비물로 냄새가 날 수 있으므로 특히 깨끗이 관리해 주는 게 좋다.

질에서 냄새가 난다고 생각해 수시로 비누로 씻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너무 자주 씻으면 질의 산도가 알칼리성이 되면서 병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이 자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꽉 조이는 코르셋, 팬티스타킹 접촉성 피부염 더 악화시켜

외음부에서 나타나는 흔한 질환은 가려움증을 동반한 '접촉성 피부염'이다. 외음부는 생리, 질 분비물, 대소변 등의 다양한 자극을 받는 부분이다. 이런 분비물들이 꽉 조이는 코르셋, 팬티스타킹 등에 남아 피부에 자극을 주면서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또한 거품 목욕, 뿌리는 질 스프레이, 향수 비누, 유색 화장지, 목욕용 오일 등에 의해서도 이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설명한다.

그러나 가렵다고 모두 접촉성 피부염은 아니다. 질염일 수도 있고, 알레르기, 기생충감염 등 다양한 원인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접촉성 피부염이 가장 흔하기 때문에 자극이 될 만한 것은 우선 피하는 게 좋다.

우노여성클리닉 최성규 원장은 "만약 냉이 많고, 냄새가 나는 등 가려움증이 동반된 상태에서 다른 증세가 지속된다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 냉.가려움증-칸디다성질염, 황록색분비물.가려움증-트리코모나스질염 의심

외음부의 가려움증과 냉, 냄새 등이 있을 경우 질염일 가능성이 크다. 혹시 성병으로 여기고 부끄러워 병원을 찾지 않고 씻기만 하다가는 악화될 수 있는 게 바로 질염이라고 한다.

흰색의 많은 냉과 심한 가려움증이 동반됐다면 '칸디다성 질염'일 수 있다.

칸디다성 질염은 칸디다 '알비칸스'라고 하는 곰팡이 균이 질이나 외음부에 번식해 일으키는 질염으로 성관계를 하지 않더라도 몸이 피곤하고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나타날 수 있다.

생리 중이나 생리 끝에 환풍이 잘 안되고 습기가 있는 환경에서 곰팡이 균이 발생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임신을 했거나 먹는 피임약을 복용했을 때, 혹은 고농도의 항생제를 복용했을 때도 발병할 수 있다.

초기 감염의 경우 1회 치료로 나을 수 있고 재발했거나 상태가 심하다면 약물치료와 함께 질 부위의 국소적 치료가 병행된다.

황록색의 분비물이 나오며 가려움증이 동반되고, 소변을 자주 본다든지 소변을 볼 때 또는 성관계 시 통증을 느낀다면 '트리코모나스 질염'일 수 있다. 이는 성관계 과정에서 남성에게서 옮을 수 있으나 남성에게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의 경우 질 내부를 보면 자궁 경부가 벌겋게 달아 올라 있고, 분비물을 보면 운동성 편모가 달린 물방울 모양의 원인균이 관찰된다. 특히 임신 시 트리코모나스에 감염되면 조산, 저체중아 출산, 조기양막 파열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 외음부 가려움증 예방 위해 운동 후 빨리 마른 속옷으로 교체

그렇다면 외음부의 가려움증을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을까?

우선 칸디다성 질염의 경우는 순면제품의 속옷을 착용하고 꽉 끼는 바지나 스타킹을 입지 않아야 하며 목욕탕에서 장시간 몸을 담그거나 비위생적 타월을 사용하지 말고 속옷을 다른 빨래와 구분해야만 예방을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접촉성 피부염으로 나타난 외음부의 가려움증이라면 항시 외음부를 깨끗하고 건조하게 유지하면서 거품 목욕이나 향이 첨가된 티슈는 피하는 게 좋다. 하지만 지나친 청결관리가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용변을 본 후에는 앞에서 뒤로 닦아야 하며, 칸디다성 질염의 예방법과 마찬가지로 면 소재의 속옷을 입는 게 좋다.

또한 가렵다고 자꾸 긁으면 더 심해지는 만큼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여성 청결용 스프레이나 세정제는 가려움증을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고, 땀이 많이 나는 운동을 한 후에는 빨리 마른 속옷으로 바꿔 입어야 한다.

(도움말:최성규, 이선옥 우노여성클리닉 원장)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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