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차장·비서관 밀실추천 논란…이찬희 전 변협회장 커지는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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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을 공수처장 후보로 공식 추천했던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사천(私薦)을 통해 공수처 인사에 두루 개입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 회장, 정치중립성 갖춘 분 추천” #당시 변협 대변인은 공수처 검사로

공수처 자문위원인 이 전 회장은 여운국 공수처 차장을 추천한 인물로 지목돼 있다. 여 차장은 이 전 회장의 서울 용문고 후배인 데다 변협 부회장으로 그와 함께 일하기도 했다. 실제 김 처장이 여 차장 단수 제청 방침을 발표하기 전날인 1월 27일 허윤 당시 변협 수석대변인(현 공수처 검사)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회장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갖춘 분을 추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수처와 김 처장, 이 전 회장은 이런 내용의 중앙일보 보도를 부인하고 있다. 공수처 대변인실은 허 전 대변인 발언에 대해 “그 관계자의 추측성 발언 같다”고 재차 부인했고, 허 전 대변인도 당시 발언에 대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허 전 대변인 역시 공수처 검사로 선발된 상태다.

이 전 회장은 공수처의 김모 비서관(5급 상당) 특별 채용 때도 사천을 한 사실이 드러났었다. 김 비서관 아버지인 김용주 당시 울산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이 전 회장과 친분이 있는 데다가 2018년 더불어민주당 울진군수 경선 출마 전력이 있는 인물이다. 이 전 회장은 추천 사실은 인정했지만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비판이 나온다. 공식 기관 추천이 아니라 개인 간 관계에 따른 밀실 추천이라서다. 김대광 변협 사무총장은 “변협의 인사 추천은 밀실 인사를 방지할 목적으로 반드시 공문으로 하게 돼 있다”며 “김 비서관이나 여 차장을 추천한 기록은 없다”고 밝혔다. 한 변호사는 “공수처 인사가 특정 개인의 입김에 휘둘리는 모양새”라며 “이런 식이면 정상적인 수사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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