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큰 사람이 오래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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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큰 사람이 오래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송윤미 교수, 강원대 예방의학교실 성주헌 교수팀이 미국 역학회지(아메리칸 저널 오브 에피데미올로지)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키가 5㎝ 커질수록 사망률이 3%씩 감소하는 반비례 관계를 보였다. 이는 소득.교육 등 사회경제적 변수와 흡연.음주 등 생활습관을 모두 동일한 조건으로 환산해 키와 사망률의 관계를 추적.조사한 것이다.

송 교수팀은 1992년부터 98년까지 40~64세 건강보험 가입자 38만여 명 중 사망자 1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키와 사망률의 관계를 살폈다.

질병별로는 출혈성 뇌졸중(뇌혈관이 터져 발생하는 뇌졸중)이 키와 밀접한 관련을 보였다. 출혈성 뇌졸중은 키가 5㎝ 커질수록 사망률이 12%씩 감소했다. 예컨대 180㎝의 키는 160㎝ 키에 비해 절반(48%)가량 출혈성 뇌졸중 사망률이 낮아졌다.

이는 같은 기간 안에 180cm 키의 사람은 160㎝ 키의 사람보다 사망할 확률이 절반가량 낮다는 뜻이다.

천식 등 호흡기 질환과 사고사도 키와 관련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키가 5cm 커질수록 호흡기 질환은 10%씩, 사고사는 9%씩 사망률이 감소했다. 위암도 5cm당 2%씩 사망률이 낮아졌다. 그러나 심장병이나 허혈성 뇌졸중(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졸중), 위를 제외한 다른 부위의 암은 키와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에서 키와 사망률 관계가 대규모 역학조사를 통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윤미 교수는 "키는 어린이와 청소년 시기의 영양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며 "나이 들어 사망할 확률을 줄이려면 어릴 때 건강 상태가 나빠 키가 작아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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