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재신임'] 盧 지지율 왜 추락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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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2월 취임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적극적 지지도가 한 자릿수까지 내려갔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곧 국민의 신뢰도다.

盧대통령의 고민도 이 점에 맞춰져 있다고 한다. 盧대통령이 10일 기자회견에서"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단단한 신뢰를 받지 않으면 중요한 국정을 제대로 처리해 내기 어렵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盧대통령의 지지율이 왜 이렇게 실추됐을까. 청와대와 통합신당 등 盧대통령 주변에서는 대략 세 가지 정도로 원인을 정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참여정부의 정체성 문제다. 이것이 지난 대선에서 盧후보에게 표를 줬던 지지자들의 이탈을 불러온 결정적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盧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도덕성과 개혁성으로 표를 모았다. 그러나 정부출범 7개월여가 지난 현재 둘 중 어느 하나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盧대통령이 이날 "도덕적 신뢰가 국정을 이끌 유일한 밑천이다. 그 문제에 적신호가 왔다"며 "스스로에게 당당하지 못하고 자부심이 훼손된 상태에서 어떻게 (국가를) 이끌어가나"라고 한숨 쉰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연이어 터져나온 안희정.염동연.양길승.최도술.이광재 등 핵심 측근들의 비리 연루 의혹 사건은 盧대통령의 도덕성과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아놓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개혁의지도 후퇴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돼 왔다.

청와대 핵심 인사는 "몇몇 핵심 측근들이 '국정운영을 원활히 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참여정부의 개혁속도를 끊임없이 늦춰온 것도 지지율 실추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두번째는 언론환경이다. 당선 직후 盧대통령이 언론과의 전면전을 선언하면서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게 많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얘기다. 통합신당 김부겸 의원은 "盧대통령의 언론관이나 철학을 논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참모들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있다"며 "대통령이 (언론에 대해) 원칙론을 얘기한다고 해서 실제 국정을 담당해야 하는 참모들까지 나서 언론과 각을 세우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너무 심하게 멍들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은 국회상황이다.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사사건건 국회에서 저지당하는 현상들이 빚어지면서 동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통합신당 관계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한 묶음이 돼 정부를 공격하는 상황에서 실제 盧대통령이 추진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부분도 盧대통령 지지자들이 실망감을 드러내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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