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 내달 새 양복 입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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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의 유해(사진)가 옷을 갈아 입는다. 레닌 유해 보존 책임을 맡고 있는 러시아 생의학연구소는 다음달 중순 실시될 레닌묘 정기점검 기간 중 그의 시신에 새 양복을 입힐 계획이다. 현재 레닌 시신은 방부 처리된 후 모스크바 크렘린궁 앞 붉은광장의 지하 석묘에 안치돼 있다.

'옷 갈아 입히기'는 3년마다 이뤄지며 시신을 오래 보존하고 묘를 찾는 관람객들의 시각적인 배려를 위한 것이다. 레닌에게 입혀질 새 양복은 깨끗하게 세탁하고 다림질까지 하나 특수약품 처리는 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레닌은 사망 후 처음 붉은광장에 안치됐을 당시 짧은 깃의 군복인 '프렌치'를 입고 있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전 양복으로 갈아 입은 후 지금까지 이 차림을 유지하고 있다.

특수 유리관 속에 안치돼 있는 레닌의 유해는 매년 보존 상태에 대한 정기점검을 받는다. 의사.물리학자.화학자.생물학자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단이 시신은 물론 의복.장식품.석관 등을 정밀 점검한다.

또 공학자들은 석묘 내부의 통풍.조명.온도 조절장치 등에 대한 점검을 실시한다. 정기점검에 필요한 비용은 1991년 소련 해체 후 정부 예산이 끊기면서 레닌묘 기금과 일반인들의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다.

24년 1월 레닌이 사망하자 스탈린은 민심 결집을 위해 유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레닌 유해 영구보존 조치를 취했다. 그해 8월 레닌을 안장한 목조묘가 일반에 공개됐으며 29년 석조묘로 재건축됐다. 레닌묘는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시절 수차례 이전 압력을 받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반대론이 우세해 중단됐다.

모스크바의 대표적 관광 명소이기도 한 레닌묘는 올해 11월 10일부터 12월 29일까지 정기점검을 위해 문을 닫을 예정이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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