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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중인 환자용 식품

중앙일보

입력

'환자용 식품'이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들어보신 분도 그 의미를 제대로 아는 경우는 드물 것입니다.

고혈압 환자용 식품이나 당뇨 환자용 식품을 예로 들어 보지요. 언뜻 생각하면 혈압을 낮추거나 혈당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식품들엔 혈압이나 혈당을 낮추는 어떤 성분도 들어 있지 않아요.

환자용 식품은 고혈압.당뇨병 등 특정 질환 환자에게 꼭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고, 이들이 섭취해선 안되는 식품의 성분을 빼거나 대폭 줄인 것입니다. 쉽게 말해 환자의 영양 개선에는 도움을 주지만 증상 호전과는 무관하지요. 따라서 약이나 건강기능식품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식품위생법에 내린 정의는 이렇습니다. "정상적으로 섭취.소화.흡수.대사할 능력이 제한되거나 손상된 환자, 질병 등으로 일반인과는 다른 영양 요구량을 가진 사람의 식사 일부 또는 전부를 대신할 목적으로 제조.가공된 식품"이라는 것입니다.

예컨대 식품 알레르기 환자에겐 땅콩 등 알레르기 유발 성분을 뺀 식품을, 신장병 환자에겐 단백질.나트륨 섭취를 줄일 수 있는 식품을 제공하는 것이지요. 물론 이 환자용 식품을 먹어도 식품 알레르기.신장병이 근본적으로 치유되진 않습니다.

선천성 대사질환자를 위해 특정 성분을 빼거나 다른 성분으로 대체한 식품도 환자용 식품에 포함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페닐 알라닌(아미노산의 일종)을 대사하는 능력이 없는 페닐케톤뇨증 아이에겐 페닐 알라닌을 뺀 식품이 환자용 식품이 됩니다.

현재 국내에선 환자용 식품을 시.군.구에 신고만 하면 만들어 팔 수 있습니다. 관리와 규제가 허술하다 보니 환자용 식품으로 보기 힘든 것까지 공공연히 팔리고 있어요.

인터넷엔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과대 광고하는 환자용 식품들도 수두룩합니다. 환자용 식품은 건강기능식품과 달리 광고를 위한 사전심의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허위.과대 광고가 극성을 부리는 것입니다.

또 함량 미달의 환자용 식품이 적지 않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따라서 가급적 의사.영양사와 상담한 뒤 구입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일본에선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줄이기 위해 환자용 식품에 "많이 먹어도 질병이 치료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드시 표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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