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요"...文대통령에게 백신 직언 2번, 소용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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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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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없이 ‘겨울 코로나19’를 나야 하는 황당한 현실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전직 질병관리본부장이 일찍이 두 차례나 백신과 치료제의 중요성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종구 전 질병관리본부장 밝혀 #“2월·6월 회의서 백신 중요성 제안 #문제점 지적 땐 일부 참모가 화제 돌려” #여권 “당시는 백신 시급성 안 컸다”

이종구(사진) 서울대 의대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2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월, 6월 두 차례에 걸쳐 문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에서 백신과 치료제를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월 2일 청와대 방역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교수는 회의 중간 무렵에 백신과 치료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또 회의가 끝나려는 순간에 “잠깐만요”라고 외치며 “감염병은 반드시 과학이 승리하게 돼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있어야 모든 게 해결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교수는 “당시 백신의 중요성을 말했는데, 그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지나갈 것 같아서 종료 직전 다시 얘기했고,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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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의에 참석한 엄중식 가천대 감염내과 교수도 “회의에서 이종구 교수가 백신과 치료제를 얘기했다. 코로나19를 종식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하고 개발 전까지 우리가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여기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는 정책브리핑 자료에서 “간담회에서는 치료제, 백신 개발 등 장기 대책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6월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도 참석했다.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 보건의료혁신 태스크포스 위원장 자격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 교수는 비슷한 취지의 제안을 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억제 정책만으로는 안 된다. 누르면 환자 발생이 들어가고 풀면 생긴다. 백신을 사용하기 전까지는 질질 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그날 회의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자 일부 참모가 화제를 돌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도 “코로나19가 어떻게 전개될 것 같으냐”며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을 걱정했지 백신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지난 5월 정책기획위원회가 주최한 국정토론회에서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방법은 사회적 거리두기뿐이다. 결국 백신과 치료제 개발 등 과학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2009년 신종플루 때 질병관리본부장을 맡아 성공한 방역을 이끌었다. 백신과 치료제(타미플루·리렌자)를 적시에 내놔 조기 진화에 기여했다. 이 교수는 “11년 전 신종플루를 경험한 사람이 거의 다 떠나고 없어서 그런지 백신 개발과 확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여권 고위 관계자는 “당시는 코로나19 초기라서 백신 도입의 시급성이나 중요성이 지금과 비교해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강태화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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