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종인 영진약품 대표 "모터 사이클로 스트레스 날립니다"

중앙일보

입력

긴장감과 위험, 그리고 속도감으로 스트레스를 날린다-.

영진약품공업의 김종인(64) 대표이사가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이유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무슨 모터사이클이냐고 놀리는 사람도 많지만 그는 "이보다 더 짜릿한 스릴은 없다"고 자신한다.

그는 이 회사에서만 36년째 근무하는 이른바 토종 영진맨이다. 1993년 일반직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표이사에 승진, 지금까지 10년째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건강 하나만은 자신하던 그에게 1997년 말 찾아온 외환위기는 최악의 시련기였다. 당시 회사 차입금이 1천4백억원이었는데 설상가상으로 8백억원에 달하는 외상매출금 회수도 어려웠다. 결국 환란 한달 뒤 부도가 났다.

이후 회사는 화의를 신청했고 이때부터 김사장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고독한 싸움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것이 상습적인 스트레스와 두통이었다.

"골프도 해보고 헬스클럽도 다녀봤지만 그때뿐이고 스트레스와 두통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날 친구가 두통을 없애는 데는 모터사이클이 제격이라며 해볼 것을 권했다. 충북 제천에 있는 모터사이클 면허학원과 서울을 오가며 3개월 연습을 한 뒤 1999년 대용량 바이크면허인 2종소형면허취득에 성공했다. 이때 나이가 60세. 김사장을 지도한 모터사이클 강사는 학원 설립 이래 환갑나이에 바이크면허를 딴 사람은 김사장이 유일하다며 놀랐다.

김사장은 요즘 주말마다 1천4백50㏄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을 타고 한적한 도로를 달린다. 가끔은 회원들과, 마음이 적적할 땐 혼자 가는 경우도 잦다. 지난 1일에는 회원 10여명과 안면도에서 일출을 보고 왔다.

"정신집중, 모터사이클 진동에 의한 안마기능, 속도에서 오는 위험과 쾌감, 이 모든 것이 두통과 스트레스를 날립니다. 그리고 위험 속에 자신을 내던지고나면 다시 한번 회사 회생에 대한 의지가 살아나더군요."

김사장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린 후 회사로 돌아오면 활력이 솟는다고 했다. 이 때문인지 회사는 지난해 8백2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 중반쯤이면 화의졸업도 확실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