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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류중의 영물' 메밀…단백질 듬뿍

중앙일보

입력

오방지영물(五方之靈物)-메밀.

과거엔 곡물이 떨어졌을 때 요긴한 구황(救荒)작물이었다. 씨를 뿌리고 두달만 기다리면 거둬들일 수 있고 추운 곳, 높은 산지에서도 잘 자라 굶주림 방지 곡물로 그만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미식가의 입맛을 돋우고 건강에 유익한 작물로 통한다. 메밀엔 양질의 단백질이 듬뿍(13.8%) 들어있다.

단백질의 질로만 따지면 식물에선 단연 최고 수준이다. 메밀 단백질의 아미노산(리신.트레오닌.트립토판 등)은 쌀.보리.밀 등의 영양적 결함을 훌륭하게 보충해준다.

메밀의 건강성분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루틴(rutin). 몸안에 쌓인 유해산소를 제거, 항산화.항암.노화방지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의 일종이다. 비타민 P라고도 한다.

주 임무는 모세혈관을 튼튼히 하는 것. 모세혈관의 출혈을 막아줘 고혈압.뇌졸중 등 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다.

루틴은 물에 잘 녹으므로 메밀국수를 먹을 때 국물까지 들이키면 루틴을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다.

메밀엔 비타민B1과 B2도 풍부하다. 쌀의 3배다. 메밀국수 등을 만들 때 양념으로 파를 썰어 넣으면 메밀에 든 피로회복제인 비타민B1이 몸에 더 잘 흡수된다.

메밀가루엔 각종 소화효소가 넉넉하게 들어 있어 소화가 잘 된다. 그러나 가루 상태로 오래 저장하면 이들 효소의 작용으로 메밀가루 고유의 특성이 사라진다. 메밀국수는 새 가루로 만들어야 제맛이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메밀엔 또 변비를 예방하는 섬유소가 꽤 들어 있다. 그래서 예부터 통변(通便)에 좋은 곡물로 여겼다. 섬유소는 희고 고운 가루보다 겉껍질이 조금 남은 거뭇거뭇한 가루에 훨씬 많다.

메밀 껍질엔 살리실아민 등 독성물질이 소량 들어 있다. 이 독성분을 없애는 해독제로는 무가 제일이다. 그래서 메밀냉면.막국수에는 무생채를 넣고, 소바엔 무를 갈아 넣는다.

메밀가루의 1백g당 열량은 3백43㎉로 쌀 수준이다. 그러나 메밀국수(삶은 것).메밀묵의 열량은 각각 1백32㎉, 58㎉이므로 살찔 걱정은 별로 안해도 된다.

한방에서 메밀은 성질이 차서 위.장의 기능을 실(實)하게 하고 기력을 돕는 음식으로 친다. 여름에 배탈이 났을 때 메밀을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

동의보감은 "비.위장에 1년 쌓인 체기가 있어도 메밀을 먹으면 내려간다. 메밀 잎으로 나물을 만들어 먹으면 귀와 눈을 밝게 한다"고 썼다. 그러나 메밀은 성질이 차므로 과식은 좋지 않고 과식하면 어지럼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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