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조직과 기계 연결 '인조인간' 실용화

중앙일보

입력

최근 개봉한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서처럼 과연 사이보그가 등장할 수 있을까.

사이보그란 두뇌 등의 생체 조직과 기계를 연결해 만든 인조인간.

순전히 기계로만 만드는 로봇과 대비된다.'로보캅'은 경찰관 머피의 두뇌를 기계와 연결한 사이보그이고,'터미네이터'는 로봇인 것이다.

로봇의 경우 사람과 간단한 대화도 할 수 있는 휴먼 로봇이 개발돼 있다.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아미'나 일본 소니의 'SDR-3X' 등이 대표적이다.

그에 비해 사이보그 연구는 초보 단계다.그러나 2000년대 들어 사이보그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연구 결과가 세계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고로 시력을 완전히 잃은 사람이 뇌의 시각 중추와 연결된 인공 눈으로 글을 읽게 됐는가 하면,동물의 뇌에서 동작 신호를 뽑아 기계를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도 발표됐다.

인공시력 전문기관인 미국의 도벨 연구소는 두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가 2000년 '인공 눈'으로 앞을 볼 수 있게 된 제리(가명)라는 당시 60대 남자를 소개했다.

*** 인공 눈 등 생체+기계 연결 기술

도벨 연구소는 작은 특수 카메라가 달린 선글라스를 제리에게 씌우고,카메라에서 나온 전기 신호를 그의 두뇌 시각중추로 직접 보냈다.

이를 이용해 제리는 1.5m 떨어진 곳에 있는 15㎝ 크기의 글자를 읽어낼 수 있었다.

아직은 시신경처럼 복잡하고 세밀한 신호를 시각중추에 전하지 못해 시력이 진짜 눈만 못하지만 개량이 거듭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노스웨스턴대 페르디난도 무사이발디 교수는 칠성장어의 뇌를 바퀴 달린 로봇과 연결해 로봇이 움직이도록 했다.

칠성장어는 빛이 비치는 쪽으로 움직이는 본능이 있는데, 빛 신호를 뇌에 전달하고 이때 나오는 두뇌의 명령을 받아 로봇이 빛의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기술을 응용하면 예를 들어 다리를 잃은 사람이 기계 다리를 달고서 어느 쪽으로 움직이려고 생각하면 기계 다리가 자연스레 그쪽으로 걸어가게 할 수 있다.

원숭이를 이용한 실험 결과도 있다. 미국 듀크대 미구엘 니콜렐리스 교수의 2000년 연구다.

그는 원숭이의 뇌 신호를 로봇 팔에 연결했다. 이 상태에서 원숭이에게 먹이를 내밀었더니 원숭이가 팔을 뻗었는데 로봇팔도 두뇌에서 신호를 받아 똑같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이보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많은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지만,로보캅 수준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견해다.

*** 뇌파로 컴퓨터 작동하기도

니콜렐리스 교수의 경우 원숭이의 팔동작 연구를 위해 원숭이 뇌에 머리카락 굵기의 전극 90여개를 이식한 다음,뇌에서 나오는 신호와 팔 움직임과의 관계를 2년여 동안 관측했다.

팔동작 몇개에 이만큼 시간이 들었으니 로보캅처럼 뇌를 제외한 몸의 모든 부분을 로봇으로 만들고도 진짜 신체처럼 움직이려면 훨씬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영국 리딩대의 케빈 워윅 교수는 자신의 팔목에 실리콘 칩을 이식하고, 여기에 손과 관련된 신경 1백개를 연결했다.

신경에서 나오는 신호에 따라 섬세한 인간의 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연구해 사이보그 개발에 이용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처럼 자신을 실험 도구로 삼은 워윅 교수도 저서 '기계의 진군'에서 적어도 2050년쯤 돼야 사이보그가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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