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에 김민재 유럽행 결론 나온다…베이징 막판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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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행 협상 막바지에 접어든 축구대표팀 중앙수비수 김민재. [연합뉴스]

유럽행 협상 막바지에 접어든 축구대표팀 중앙수비수 김민재. [연합뉴스]

축구대표팀 중앙수비수 김민재(24ㆍ베이징 궈안)의 유럽 진출 여부가 추석 연휴 기간 중 가려질 예정이다.

베이징, 올 시즌 우승 도전에 김민재 필요 #토트넘, 손흥민 부상 깊을 땐 공격수 영입 #다음달 초 이적 허용 여부 최종 결정 가닥

중국 스포츠 매체 시나스포츠는 “베이징이 최근 김민재 이적 관련 논의를 다시 시작했다. 조만간 결론이 내려진다”면서 “협상 테이블에서는 여전히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김민재의) 이적이 선수 자신과 구단 양쪽에 이득이 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29일 보도했다.

베이징은 김민재 유럽행과 관련해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 등 몇몇 구단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적 성사 여부의 핵심은 이적료다. 베이징이 1500만 유로(205억원) 이상의 몸값을 원하는 반면, 토트넘을 비롯한 유럽 구단들은 1300만 유로(178억원) 안팎을 제시하고 있다.

김민재 이적 여부는 유럽리그 여름이적시장 기간 중 줄곧 눈에 띄는 화두였지만, 언론 보도 내용과 실제 진행 상황은 크게 달랐다. ‘시시각각 협상 진행 중’이라는 몇몇 매체의 전언과 달리, 베이징은 시종일관 김민재 이적 허용 여부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베이징 구단 관계자는 “몇몇 유럽 구단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한 건 맞지만, 베이징은 일절 움직이지 않았다. 8월 중순부터 마치 이적 합의가 임박한 것 같은 느낌의 보도가 쏟아져 나왔는데, (베이징) 구단 관계자들은 쓴웃음을 지었다”고 말했다.

‘협상’이라 부를만한 구단간 접촉은 이달 초부터 시작됐다. 베이징이 김민재의 시장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이적 관련 논의에 불이 붙었다. 다만, 이적료와 관련해 베이징은 원칙론(1500만 유로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유일한 협상 파트너인 토트넘이 가격 절충을 적극 시도했지만, 베이징은 여전히 “우리가 원하는 금액이 아니면 팔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베이징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출신의 중앙수비수 토니 슈니치를 영입하면서 김민재의 유럽행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이 또한 베이징의 상황과 맞지 않는다. 베이징 관계자는 “슈니치는 단순히 (김민재의) 포지션을 채울 선수다. 핵심 수비수인 김민재의 존재감을 대체할 카드는 아니다”면서 “베이징은 여차하면 김민재와 슈니치를 함께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슈니치가 합류할 경우 한 장 넘치는 외국인 쿼터는 사실상 이미 팀 전력에서 배제된 브라질 공격수 페르난두를 방출해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김민재 유럽행의 마지막 변수는 두 가지다. 첫 번째 변수는 소속팀 베이징의 우승 도전이다. 수퍼리그(중국 1부리그) 정상에 오르려면 수비 안정화가 필수적이다. 베이징은 지금 당장이라도 모든 협상을 중단하고, 김민재를 올 시즌 막바지까지 활용한 뒤 겨울이적시장 기간 중에 파는 쪽으로 계획을 바꿀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민재를 팔아 벌 수 있는 수입이 적지 않지만, 매년 1000억원 안팎을 축구단에 쏟아붓는 베이징의 마음이 흔들릴 정도로 거액도 아니다.

김민재를 데려오려는 토트넘 입장에서는 손흥민의 부상이 중요한 변수다. 손흥민의 결장이 장기화될 경우 토트넘은 당장 빈 자리를 메울 수준급 공격수를 데려와야한다. 가뜩이나 프리미어리그 전문가들은 주포 해리 케인의 백업 공격수가 없다는 점을 토트넘의 약점으로 꼽는다. 공격수를 데려오는데 쓸 비용이 늘수록 김민재 영입 자금은 부족해질 수 밖에 없다.

유럽여름이적시장은 다음달 5일에 닫힌다. 베이징은 유럽이적시장 데드라인 직전까지 고심한 뒤 김민재 이적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관계자는 “10월 초 정도까지 기다린 뒤 결론을 내릴 것이다. 한국 축구팬들 입장에서는 추석 연휴 기간 중 김민재의 거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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