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안하고 공 집어 벌타 받은 존 람, 기적같은 퍼트로 우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존 람. [AP=연합뉴스]

존 람. [AP=연합뉴스]

스페인 출신의 골프 세계 랭킹 2위 존 람(26)은 성격이 급한 편이다.

그는 지난 3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근 올림피아 필즈 골프장에서 벌어진 PGA 투어 플레이오프 2차전 BMW 챔피언십 3라운드 3, 4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았다.

버디가 귀한 난코스에서의 연속 버디로 흥분했는지 다음 홀에서 마크도 하지 않고 공을 덜컥 집어 들었다. 그는 1벌타를 받았다. 람은 “이 한 타가 우승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람은 31일 최종라운드에서는 6타를 줄여 합계 4언더파 1위로 경기를 마쳤다.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이 람을 한 타 차로 추격했다. 존슨은 18번 홀에서 오르막을 넘은 후 가파른 내리막을 타는 데다, 두세 번 휘어지는 12m 버디 퍼트를 남겼다. 100번 해도 한 번 넣을까 말까 한 어려운 퍼트였는데 이 퍼트를 넣었다.

존 람은 연습장에서 연장전을 대비하고 있었다. 함성이 들리자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결국 벌타로 받은 한 타가 말썽이 됐다.

연장전에서 존슨이 친 드라이브 샷은 왼쪽으로 출발했는데 나무에 맞고 페어웨이 가운데로 들어왔다. 존 람에게 그런 행운은 없었다. 그는 러프에서 샷을 해야 했다. 공은 그린에 맞고 한참을 굴러 갔다. 람은 약 22m 버디 퍼트를 남겼다. 역시 오르막 내리막에 구불구불한 라인이었다. 존슨이 18번 홀에서 넣은 버디보다 더 어려웠다.

그러나 존 람은 불가능할 것 같은 퍼트를 넣어버렸다. 그는 타이거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할 때처럼 하늘에 어퍼컷을 날렸다. 존슨은 짧은 퍼트를 넣지 못했다.

더스틴 존슨. [AP=연합뉴스]

더스틴 존슨. [AP=연합뉴스]

BMW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존 람은 플레이오프 랭킹이 9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랭킹 1위 더스틴 존슨은 5일 개막하는 최종전에서 10언더파를 안고 출발한다.

존 람은 8언더파로 2타 뒤에서 시작한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타를 손해보고도 이긴 존 람이 최종전에서 2타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성재(22)는 12오버파 공동 56위로 경기를 마쳤다. 그러나 시즌 초반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페덱스 랭킹 9위로 최종전에 참가한다. 임성재는 4언더파를 안고 시작한다. 존슨에 6타 뒤다.

안병훈(29)은 이틀 연속 2타씩을 줄여 3오버파 공동 12위로 선전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랭킹 33위로, 30위까지 가는 최종전에 아쉽게 진출하지 못했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11오버파 공동 51위를 기록했다. 우즈는 4라운드 내내 오버파를 쳤다. 그가 나흘 내내 오버파를 친 건 2010년 WGC-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이후 처음이다. 우즈는 플레이오프 최종전에 가지 못한다. 그는 “코스가 어렵고 퍼트가 안됐지만 샷은 나쁘지 않았다. 9월 중순 열리는 US오픈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성호준 골프전문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