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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를 다지자] 93.식품리콜제 유명무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6일 미국 수입식육가공업체인 바-S사는 "식중독균인 리스테리아균의 오염이 우려된다" 며 육가공품 1천4백50만파운드어치의 리콜(자진회수)에 나섰다.

선진국에서는 안전성이 의심되는 식품을 리콜하는 일이 잦다. 리콜 횟수가 많을수록 기업의 신뢰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 산하 식품안전검사국(FSIS) 자료에 따르면 햄.소시지 등 축산물의 경우 식중독균의 검출에 따른 리콜이 1999년 47건, 2000년 76건이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식품 리콜 건수는 지난해 숯불갈비후랑크(소시지) 한건, 올 들어 전지분유.수입소시지류 등 두건에 그쳤다. 문제는 우리의 리콜 실적이 적다고 해서 미국보다 안전한 식품이 유통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데 있다.

미국은 60년대에 결함이 있는 자동차에 대한 리콜제 도입을 시작으로 70년대에 각종 리콜제도를 정착시켰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96년 12월에야 비로소 식품위생법 개정으로 식품 리콜 제도를 도입했다. 축산물 리콜은 2000년 3월부터 축산물 가공처리법에 근거해 시행했다.

전세계적으로 소비자의 안전과 관련한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다.

우리도 식품의 신속한 리콜을 위해 '긴급 리콜명령제도' 를 도입하는 등 리콜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리콜을 활성화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리콜에 대한 식품업체와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이다. 국내의 모든 식품업체들이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식품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즉시 이를 솔직히 밝히고 리콜하려는 것 같지는 않다.

또 소비자도 식품업체가 이미지 타격을 무릅쓰고 식품의 하자를 솔직히 알리고 리콜하는 자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는 데 인색한 것 같다. 식품업체의 자발적 리콜이 소비자를 이롭게 하고 기업에도 이득을 주는 사회야말로 기초가 튼튼한 사회가 아닐까.

서정희 <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안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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