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방역수칙 안지킨 서울 광진구 확진자…제주도 '고발 보류'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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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여행 도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추가 감염자까지 발생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광진구 20번 확진자에 대해서는 구상권이나 고발 등의 조처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역 시스템상 허점이 보이고 의심증상이 나타난 시점도 제주도에 들어간 뒤여서 고의성이 부족해 보인다는 판단에서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3월 30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코로나19 대응방역 상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3월 30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코로나19 대응방역 상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17일 제주도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 20번 확진자는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5박 6일 동안 제주도를 방문했다. 이 확진자는 지난 16일 서울로 돌아간 뒤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마스크 안쓰고 여행 중 의심증상·해열제 복용 #1억원 손배소 강남모녀와 비슷…"고의성 어려워" #서울시 "제주도 방문 당시 자가격리 대상 아니다"

 제주도는 광진구 20번 확진자의 동선상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한 결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은 가족의 차량을 이용했다. 그는 여행 도중인 지난 11일 오한과 기침 등 코로나19 의심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3일에는 가족이 사다 준 해열제를 복용했다.

 광진구 20번 확진자가 다녀간 뒤 제주도에 거주하는 가족 2명과 그가 방문했던 사우나와 찻집 직원 각각 1명씩 총 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오한과 근육통, 인후통 등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었지만, 해열제를 먹으면서 어머니 등 일행과 제주도 여행을 왔던 '강남모녀 사건'과 유사한 양상이다.

 제주도는 지난 3월 30일 모녀를 상대로 1억1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었다. 하지만 제주도는 광진구 20번 확진자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소송이나 고발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변덕승 변호사가 지난 3월 30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민원실에 코로나19 증상에도 제주여행을 강행한 강남구 모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변덕승 변호사가 지난 3월 30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민원실에 코로나19 증상에도 제주여행을 강행한 강남구 모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방역 시스템에 허점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7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광진구 20번 확진자는 서울에 거주하는 동안 강남구 마사지샵에서 강남구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보이나 접촉자 관리 체계에서 누락돼 제주를 방문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확진자와 접촉 사실을 모른 채 제주도에 왔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또 광진구 20번 확진자는 제주 방문 당시에도 서울 각 구청으로부터 코로나19 관련 통보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서울 쪽에서 기존 확진자의 접촉자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광진구 20번 확진자를 놓친 부분이 있어 보이는데 그것을 개인의 문제라고 지적하긴 어렵지 않겠냐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스크를 안 쓴 문제는 아쉽지만,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발현된 시점이 제주도에 온 지 2일 뒤인 11일이었고 해열제를 먹은 날도 떠나기 직전인 13일이라 스스로 코로나19를 인지하고 여행했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광진구 20번 확진자는 제주도 방문 당시 자가격리 대상자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광진구 20번 확진자는 지난 13일 확진 판정을 받은 강남구 91번 확진자와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에서 강남구 91번 확진자는 광진구 20번 확진자와 접촉력을 진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한 강남구 91번 확진자를 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제주=최충일 기자, 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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