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의 의학프리즘] 숨쉬는 공기 음식물보다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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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떨어진 음식을 다시 주워먹는 사람은 거의 없다.먹는 것이니만큼 위생에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음식물에 조금만 이물질이 묻어도 먹지 않는다.그러나 이처럼 까다롭게 구는 사람도 숨쉬는 공기에 대해선 의외로 관대하다.

옆 사람의 담배연기에 개의치 않거나 매연이 자욱한 도심환경에 무관심한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공기 중 오염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숨쉬는 공기는 먹는 음식보다 훨씬 중요하다.입으로 들어간 음식은 엄밀한 의미에서 우리 몸에 들어온 것이 아니다.

입에서 항문에 이르는 기다란 튜브 모양의 소화관 속에 일시적으로 머무를 뿐이다.음식물의 일부는 소장에서 흡수되지만 대부분 대변으로 배출된다.반면 공기는 폐 속에서 혈관에 섞여 바로 우리 몸의 일부가 된다.

예컨대 뱀독을 입으로 먹게 되면 아무 탈이 생기지 않는다.위장에서 분해되어 대변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그러나 뱀에 물려 뱀독이 혈액에 섞이면 신경이 마비돼 사망한다.

추운 날씨면 과도하게 난방에 신경을 쓰는 것도 문제다.감기예방 등 건강을 위해서라면 약간 추워도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해주는 것이 옳다.

추위는 감기의 악화인자일 뿐 원인은 공기 중에 있는 감기바이러스다.무공해 공기를 자랑하는 남극에선 영하 5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에도 오히려 감기가 없다.

맑은 공기의 확보는 건강을 위해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다.물론 자동차를 타지 않을 순 없다.그러나 손쉬운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맑은 공기를 위해선 두 가지 방안이 강조된다.

첫째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다.담배연기 속엔 3천여개의 유해물질이 섞여 있다.

둘째 창문을 자주 여는 것이다.아무리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이라도 밀폐된 실내 공기가 바깥 공기보다 훨씬 오염이 심하기 때문이다.숨쉬는 공기를 박대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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