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 있는 여행객… 먼 거리 비행기 탈 때]

비행기로 장거리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탑승은 달갑지 않은 기억으로 남는다.

오랜 시간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어야 하는 불편함은 그렇더라도 건조한 환경과 운동 부족, 시차에 따른 고통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

특히 심장병이나 부정맥환자와 같이 지병이 있는 여행객들은 장거리 여행이 생명을 위협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행철을 맞아 기내 건강수칙을 알아본다.

장거리 여행객의 건강이 관심을 끈 것은 28세 영국여성 사망 사건이 계기가 됐다.

시드니에서 런던까지 20시간 비행기 여행을 한 직후 사망한 그녀의 사인은 폐동맥색전증.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 다리에 몰린 피가 엉겨 핏덩어리를 만들고, 이 혈전이 폐동맥을 막았던 것. 이런 사망은 드물지만 다리에 피가 몰리는 현상은 장시간 좁은 좌석에 앉아 있는 비행기 여행 중엔 흔해 '이코노미클라스 증후군' 으로도 불린다.

인하대병원 항공산업의학센터 이용호소장은 "기내는 기압이 낮고 산소 농도가 떨어지는데다 공기가 매우 건조해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며 "탑승전 기내 건강수칙을 알아두고, 항공사 의무부서의 의료자문을 받는 게 좋다" 고 설명했다.

◇ 심혈관계 질환〓고혈압 환자는 혈압이 정상으로 조절된 후 비행기를 타야 한다. 뇌졸중 환자는 회복 후 2주 지나 탑승해야 안전하다.

약으로 조절되지 않는 빈맥 환자, 심근경색 증상이 있은지 6주 이내 환자, 심한 심부전이나 심장판막 질환자 역시 비행기 탑승은 피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비행기 여행을 해야 한다면 평상시 복용하는 약을 넉넉하게 준비하도록 한다.

특히 심장에 통증이 올 때 혀 밑에 넣는 니트로글리세린제제는 언제든지 꺼낼 수 있도록 몸에 지녀야 한다.

가장 최근 찍은 심전도 결과는 해외에서 만약의 사태 발생시 도움이 된다. 산소공급이 필요하거나 휠체어.저염식 등 특별 식사가 필요할 때는 항공사에 미리 요청하면 된다.

◇ 심부 정맥 혈전증〓장시간 앉아 있어 피가 다리로 몰리면서 다리 정맥에 혈전이 생기는 현상이다.

이를 예방하려면 짐을 다리 밑에 놓지 말고, 한 시간에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발목관절 운동 후 기내 안을 한바퀴 걷는다.

잠을 잘 때는 다리에 쥐가 나지 않는 자세를 취하고, 수면제 복용은 피한다. 수시로 물을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되므로 기내에서 주는 음료수는 모두 마실 것. 단 술은 탈수를 조장하고 정맥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으므로 삼간다.

원래 잘 붓는 체질은 탑승시 탄력스타킹을 신는 게 좋다. 암 환자, 다리 움직임이 불편한 승객은 항공사 의무부서와 상의해 탑승 전후 헤파린 등 혈액응고를 방지하는 주사를 맞아야 안전하다.

이전에 여러 군데 혈전증.폐색전증이 있었던 환자라면 여행 중 항응고제를 계속 복용해야 하며 만일 임신 때문에 약 복용이 불가능하면 장거리 비행은 포기하는 게 낫다.

◇ 폐질환〓50m를 걷거나 계단 한층 정도는 오르내리는데 숨차지 않아야 탑승할 수 있다. 비행기 여행이 가능하더라도 상비약과 준비물은 지녀야 한다.

예컨대 천식환자는 천식발작 때 필요한 응급약을 늘 몸에 지녀야 하며, 기관지확장증.만성 폐색성 폐질환.간질성 폐질환 환자는 비행 중 산소공급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탑승 전 승무원에게 말해 두는 게 좋다. 기내는 건조하므로 물을 충분히 마시도록 한다.

◇ 관절염〓관절염 환자는 매시간 좁은 공간에서 구부려져 있는 관절을 펴주는 운동을 해야 한다.

한양대의대 류마티스내과 배상철 교수는 "장시간 비행시 무릎관절이 가장 문제가 되므로 한시간마다 의자에서 천천히 앉았다 일어나는 운동을 5분씩 해줘야 한다" 고 조언했다.

단 통증이 올 땐 동작을 멈추고 쉴 것. 다른 관절도 2시간마다 한번 스트레칭을 한다.

◇ 시차〓유럽.아메리카.아프리카 등 밤낮이 바뀌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여행은 시차극복이 큰 문제다.

이교수는 "시차를 극복하는 왕도는 없으며 원칙적으로 생체리듬은 1시간 차이가 날 때마다 하루간의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며 "기내에서부터 수면.식사 등을 도착지 시간에 맞추는 게 최선책" 이라고 밝혔다.

황세희 전문위원.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