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프리즘] 건강 보조식품 좋기만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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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식품의약국(FDA) 은 미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수년 전 공인된 고혈압 치료제 코자의 경우 안전성 관련 서류를 쌓았더니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보다 높았다는 기록도 있다. 그런 FDA가 요즘 몸살을 앓고 있다.

바로 미국인들이 애호하는 건강 보조식품 때문이다.

불면증 치료에서 면역력 증강까지 만병 통치약으로 인식되고 있는 멜라토닌이나 DHEA, 우울증에 좋다는 사도요한의 풀, 비만에 좋다는 에페드라 등 올해 미국인들이 건강 보조식품에 쓴 돈만도 1백57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인공적으로 합성한 신약이 아니라 동.식물이나 광물질 등 자연상태에서 추출한 건강 보조식품의 제조 및 판매에 대해선 부작용이 입증되기 전까지 FDA의 허가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건강 보조식품의 남.오용으로 인해 최근 5년간 미국에서 2천6백여건의 부작용이 보고됐고 이로 인해 생명을 잃은 사람도 1백84명이나 된다.

우리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양약과 달리 한약재 등 건강 보조식품은 의약분업이 적용되지 않아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콩팥암을 유발하는 성분이 밝혀져 최근 FDA로부터 시판이 금지된 마두령 등 한약재가 아무런 제재없이 국내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을 정도다.

사도요한의 풀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제조한 모 제약 회사의 우울증 치료제는 의사의 처방 없이 누구나 구입할 수 있으며 행복해지는 약으로 둔갑해 광고까지 하고 있다.

사도요한의 풀이란 들풀에서 추출한 건강 보조식품이므로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사도요한의 풀도 최근 장기이식 환자에게 면역 거부 반응을 조장해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식약청 등 관계당국의 부작용 감시가 강화되어야 함은 물론, 소비자들도 한약재 등 자연에서 추출한 건강 보조 식품은 무조건 안전하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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