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고의였나? 경주 스쿨존 사고…경찰 전담부서 바꿔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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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경북 경주시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장면. 흰색 SUV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초등학생을 치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피해 아동의 가족이 SNS에 게재했다. [SNS 캡쳐]

지난 25일 오후 경북 경주시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장면. 흰색 SUV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초등학생을 치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피해 아동의 가족이 SNS에 게재했다. [SNS 캡쳐]

경찰이 이른바 ‘경주 스쿨존 사고’와 관련해 고의성 여부에 초점을 맞춰 수사에 나섰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북 경주경찰서는 “경주 스쿨존 사고에 대한 논란이 커져 교통조사계에서 맡던 사건을 교통범죄수사팀이 맡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통상 교통조사계는 단순 교통사고를 처리하고 교통범죄수사팀은 다툼의 여지가 있거나 범죄 혐의가 있는 경우 좀 더 면밀히 조사하는 부서다. 사고 가해 차량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고의성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통조사계 맡던 사건, 교통범죄수사팀으로 #경찰 “고의성 두고 논란일어 부서 변경한 것” #피해자 "고의로 사고 냈다", 운전자, "고의성 없었다" #스쿨존서 발생 사고 ‘민식이법’ 위반 가능성

‘경주 스쿨존 사고’는 지난 25일 오후 1시38분쯤 경북 경주시 한 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초등학생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들이받은 사건을 말한다. 사고가 난 곳은 초등학교에서 180m가량 떨어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이었다.

이 사고가 사회적 관심사가 된 건 피해 아동의 가족이 가해 차량의 고의성을 주장하면서다. 피해 아동의 가족이라고 밝힌 이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고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올리고 “가해자가 자전거를 타고 가던 아이를 중앙선까지 침범해가면서 차로 쫓아가 고의로 들이박았다”고 주장했다.

SNS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큰길에서 좁은 길 쪽으로 우회전해 들어오는 자전거를 한 흰색 SUV가 뒤따라오고, 코너를 꺾어 들어온 직후 자전거에 탄 아동을 들이받는 모습이 나온다. 자전거를 들이받아 아동이 길에 넘어진 뒤에도 차량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직진해 무언가를 밟은 듯 덜컹거린다.

경찰에 따르면 가해 차량 운전자가 자신의 딸이 또래 남자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남자아이들을 훈계하려고 했지만, 남자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달아나자 이를 쫓아가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고의성 여부는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피해 아동의 가족은 “코너 구간에서는 길고양이나 유기견, 노인, 어린이 등 불특정 다수가 지나다닐 수 있기 때문에 서행을 하는 구간이고 혹시 무언가 부딪혔다는 느낌이 들면 급브레이크를 밟게 된다”며 “하지만 운전자는 급브레이크는커녕 아이의 다리가 밟힐 때까지 가속 페달을 밟는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딸을 괴롭힌 아이에게 화가 나 일부러 사고를 냈다는 주장이다.

또 “(사고가 난) 코너에 들어오기 전 도로마저 스쿨존이다. 목격자 증언에 의하면 (사고 차량의) 브레이크 등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에 내려서도 동생에게 괜찮냐 소리 한마디 안 했다. 119 신고도 목격자가 해줬다”며 “이건 명백한 살인행위다. 이 영상이 없었다면 영상 속 운전자는 단순한, 경미한 사고였다고 말할까“라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가해자는 출석해 한 차례 조사를 받았다”며 “가해 차량 운전자는 고의적으로 아동을 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고의성이 있었는지, 아니면 운전 미숙이나 부주의에 따른 사고였는지 등 상세한 사고 경위를 수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사고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발생한 만큼 가해 차량이 제한속도 준수 등 이른바 ‘민식이법’을 어겼는지도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 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민식이법에 따르면 어린이를 사망케 하면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 상해를 입혔다면 500만∼3000만원의 벌금이나 1∼15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경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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