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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학생 재등교 시작…반갑지만 서먹하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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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전북 부안군 부안읍 동중리 부안초등학교 2학년3반 교실.

▶ 전북 부안군 소재 학교 핵 폐기장 부지 철회 요구 등교 거부 41일 만에 등교한 6일 부안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모처럼 만난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있다. [부안=양광삼 기자]

등교 거부 42일 만에 학교에 나온 학생들은 서로 손을 마주잡거나 껴안는 등 반가워서 어쩔줄 몰랐다.재잘거리면서 그동안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친구들과 장난 치다가 까르르 넘어 가기도 했다.주인을 잃었던 교실은 모처럼 생기가 넘쳐 흘렀다.등교길에 준비한 꽃다발을 담임인 전소정(24) 교사에게 선사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6학년 김혜미(13)양은 "집에만 있어 답답했는데 친구들과 선생님을 보니까 너무 좋다"고 했다.전 교사도 "오랫만에 학생들을 보니 눈물이 날 것 같다"며 "앞으론 이런일이 절대로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부안의 대부분의 학교에선 교사들이 교문 밖까지 나와 학생들을 맞이했다.

원전센터 유치 철회를 외치는 학부모들의 뜻에 따라 41일간 등교 거부 투쟁을 벌인 부안군내 초.중.고생들이 6일 오전 정상 등교를 시작했다.여름방학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80여일 만의 등교인 셈이다.부안교육청은 이날 등교률이 98% 이상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분위기가 마냥 밝기만 하지는 않았다.

부안초등교 김도운(13.6년)군은 "친하게 지내던 친구 3명이 전학을 가 안타깝다"고 말했다.서로 반가워하는 가운데 원전센터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다소 서먹한 장면도 연출됐다.

변산서중 송유미(15.2년)양은 친구들에게 "낮에는 학원에 다니고,밤에는 촛불시위에 참가했다"며 "원전센터 건립계획이 철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그러나 몇몇 학생은 "유미 말도 맞지만 수업을 받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기자에게 살짝 귀뜸했다.

그동안 등교를 계속해 온 학생들은 이날부터 등교를 시작한 친구들의 눈치를 살피기도 했다.부안읍내 모 중학교 李모(2년)군은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게 돼 기쁘기는 하지만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대할까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각 학교마다 등교했던 학생과 '비(非)등교파'간의 거리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하고 있었다.

한편 부안교육청은 "겨울방학과 방과 후 수업을 통해 그동안의 결손 수업을 보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안=서형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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