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적인 두 총리 “아베는 非과학,존슨은 ‘무조건’ 과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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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 19)에 대한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대응이 매우 대조적이라고 마이니치 신문이 18일 보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8월 26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8월 26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베 총리가 "정치적 결단"이라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독단적’인 판단을 이어가는 반면 존슨 총리는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정책 결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니치 "일본선 과학이 정치에 졌다" #전문가 의견 무시하고 휴교령 강행 #영국 존슨은 연일 "과학적 근거"강조 #"전면 휴교는 13주 이상 돼야 효과"

마이니치는 "정책결정 과정에서 배제돼 아베 총리에게 무시를 당한 감염증 전문가들이 ‘과학이 정치에 졌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감염증 전문가들로 구성된 '일본 정부 전문가회의'는 2월 하순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 "폐쇄된 공간에 사람들이 모이는 경우가 특히 위험하다"고 정부에 제언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의 코로나 대응이 너무 늦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던 아베 총리는 국내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해 전문가들의 제언에는 없었던 ‘대규모 이벤트의 취소와 연기’, ‘전국 학교 일제 휴교 요청’,'한국·중국에 대한 입국제한' 등의 정책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당시엔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한 명도 확인되지 않은 광역단체도 있었기 때문에, 특히 휴교요청에 대해선 판단 근거를 의문시하는 목소리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터져나왔다.

정부 전문가회의에 소속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총리가 과학을 경시하고 있다"는 불만이 끓어올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저녁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저녁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영국의 존슨 총리는 180도 다르다. 지나칠만큼 ‘과학’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2일 기자회견엔 영국 정부의 수석과학고문과 주임의무관 등이 동석했다.

존슨 총리는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과학에 따라 행동해왔다”며 8분간의 모두 발언에서 ‘과학’이란 말을 무려 5번이나 사용했다.

당시 존슨 총리는 코로나 유증상자에 대해 7일동안 자택에 머무르도록 요청했다.
그러나 일제 휴교에 대해선 "휴교로 인한 이점보다 폐해가 더 크다는 게 과학적 조언의 내용"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휴교가 효과를 보려면 적어도 13주 이상 이어져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로 했다고 한다.

입국제한에 대해서도 영국 정부는 "중국으로부터의 항공편을 95% 줄이더라도 코로나 확산을 늦추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소극적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6일(현지시간) 런던의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수단을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6일(현지시간) 런던의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수단을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마이니치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역시 ‘전문가들의 의견’을 기초로 16일 "자기 자신이나 가족에게 코로나 증상이 발견됐을 경우엔 14일 동안 자택에 머물러야 한다”고 기존의 ‘7일 대기’ 요청을 부분적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입국제한이나 학교 폐쇄 등의 조치는 아직 취하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와 대조적인 존슨 총리의 방침이 꼭 박수만 받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도쿄신문은 18일 "존슨 총리는 과학에 기초해 국민들의 자주성을 강조하는 독자노선을 걷고 있지만, 영국 국내의 감염자가 연일 100~200명 단위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불안과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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