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정체를 알면 쉬운 띄어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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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렇게 해선 안 되는 교과서적 사례다!” 크루즈선에 대한 소극적 대응으로 화를 자초한 일본 정부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범정부적 차원의 총력전을 펴겠다고 나섰지만 때늦은 감이 있다.

코로나19가 퍼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범정부’란 말을 자주 접한다. 많은 사람이 띄어쓰기를 어려워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범 정부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총리가 진두지휘하는 범정부적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습니다”처럼 띄어쓰기가 제각각이다.

먼저 단어의 정체를 알아야 어떻게 띄어 쓸지 결정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범정부’란 단어를 찾아보면 검색되지 않는다. ‘범’을 쳐 보면 명사 ‘정부’에 그것을 모두 아우른다는 의미를 더하는 접사 ‘범(汎)-’이 붙은 구조임을 알 수 있다.

우리말에서 접사는 붙여 써야 한다. 접사는 단독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항상 다른 어근이나 단어에 붙어 새로운 낱말을 구성한다. 단어의 머리에 붙을 땐 접두사, 꼬리에 붙을 땐 접미사로 불린다. ‘범-’은 접두사로 ‘범태평양, 범세계’처럼 붙이는 게 바르다. ‘범-’을 의존명사로 여기고 띄어선 안 된다.

접사를 의존명사로 착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국민 사과문”같이 쓰이는 ‘대(對)-’가 대표적이다. 이때의 ‘대-’는 그것을 상대로 한, 그것에 대항한다는 뜻을 더하는 접두사다. 반대되는, 그것에 반대한다는 의미를 더하는 접두사 ‘반(反)-’도 띄어 쓸 때가 많다. “반인륜적 태도” "반트럼프 시위”와 같이 붙여야 한다. ‘주(駐)-’도 그 나라에 머물러 있다는 뜻을 더하는 접두사로 "주러시아”처럼 붙이는 게 바르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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