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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미 의회 연설 <요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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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나는 지금 1954년 한국의 이승만 대통령이 이 연단에 섰던 때를 생각합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미국 국민이 보여준 용기와 고귀한 희생에 대해 한국 국민의 깊은 사의를 전했습니다.
그로부터 35년…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두 나라의 굳은 유대와 피와 땀을 나누며 함께 추구한 높은 이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한국에 무엇인가를 우리 국민에게 묻는다면, 그 대답은 짧고 명쾌할 것입니다. 우리의 맹방입니다. 한국은 미국에 무엇인가를 미국 시민에게 묻는다면 그 대답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한국은 아직 분단의 고통과 전쟁의 위험을 안고 있지만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기여하는 나라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은 민주주의를 향하여 획기적인 진전을 이룩했고 이 과정에서 도전 또한 맞고 있습니다.
한국의 변화는 가위 혁명적이라고 할 만큼 급속하고 다양하고 모든 분야에 미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민주주의를 제도화해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일이 경제성장보다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의 일곱 번 째로 큰 시장이며 미국 농산품의 경우 두 번 째로 큰 시장이 되었습니다.
교역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마찰의 요인도 자연 일게되지만, 이 같은 문제는 양국 간에 깊은 이해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경제는 개방·자유·자율화로 과감히 나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를 위해서도 최선의 선택이라는 확고한 믿음 때문입니다.
이 자리 미국 의원 여러분이 선거구민으로부터 미국 산업의 경쟁력, 종사자의 이해, 일자리를 보호하라는 큰 압박을 받고 있는 실정을 나도 이해합니다.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온 세계에 변화를 몰아오고 있는 화해의 물결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전화를 멈춘 뒤 36년 간을 하루같이 팽팽한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의 대결상황입니다.
바로 이 의사당에서 덜레스 공항이 위치한 거리에 전투태세를 완비한 적대적인 군사력이 포진하고 있는 현실을 상상해 보십시오.
미국의 안보공약이 약화된다거나 주한 미군이 급격히 감축될 것이라는 어떠한 징후도 북한이 한반도의 평화유지에 대한 미국의 결의를 오판하게 만들 것입니다. 그 결과는 참혹한 것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두 나라 사이의 안보협조관계는 강력하게 잘 유지되어 왔습니다. 변화가 필요할 때까지는 그대로 두어둡시다.
한국의 경제성장에 따라 우리는 공동방위에 있어 책임과 역할을 늘려갈 것입니다.
나는 지난달 남북한이 하나의 「민족공동체」로 통합해나가 통일을 이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나는 남북한 정상회담의 개최를 북한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남북한 정상회담에서는 불가침선언, 군축을 포함한 모든 현안이 아무 전제 조건 없이 논의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한국과 미국은 새로운 시대를 함께 여는 「전진의 동반자」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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