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 트랜스젠더 합격자 입학 포기…"무자비한 혐오 무섭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0학년도 원서 접수를 앞둔 지난달 23일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숙명여자대학교. 정은혜 기자

2020학년도 원서 접수를 앞둔 지난달 23일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숙명여자대학교. 정은혜 기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하고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대학에 최종 합격했던 트랜스젠더 A(22)씨가 학내 반발에 부딪혀 결국 입학 등록을 포기했다.

A씨는 7일 오후 3시쯤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숙대 등록을 포기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을 둘러싼 교내 갈등 과정에 대해 심경도 밝혔다. “작금의 사태가 무서웠다. 내 몇 안 되는 희망조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언행을 보면서 두려웠다”고 털어놓으면서다.

그는 “내 삶은 다른 사람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무시되고 반대를 당한다”며 “대학을 가고자 하는 당연한 목표조차 누군가에게는 의심과 조사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는 더 알아가고자 하는 호기심이 되어야지 무자비한 혐오여서는 안된다”며 “혐오를 멈추었을 때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을 이해하고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공동체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 사회가 모든 사람의 일상을 보호해주고 다양한 가치를 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나는 비록 여기에서 멈추지만 앞으로 다른 분들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A씨는 지난해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고 숙명여대에 최종 합격했다. 그는 수능을 약 한 달 앞둔 지난해 10월 법원에서 성별정정 신청이 허가돼 법적으로는 여대 지원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A씨의 합격 사실이 알려지자 숙명여대 일부 학생들은 입학처에 항의 전화를 하고 총동문회에 항의 이메일을 보내는 등 반발했다.

A씨는 숙대 입학을 포기하는 대신 2021년 대학 입시를 다시 준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