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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징계 앞둔 손태승···우리금융, 3년 연임 결정 앞당긴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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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우리금융지주가 손태승 회장의 연임을 예상보다 일찍 결정했다. 손 회장이 겸임 중인 우리은행장은 분리해 내년 1월에 새로 뽑기로 했다.

30일 우리금융지주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손태승 회장을 임기 3년의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고 이같이 의결했다고 밝혔다. 임추위는 우리금융지주의 7대 과점주주(IMM 프라이빗에쿼티, 동양생명, 한화생명,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진자산운용)를 대표하는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된다.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18.3%)는 임추위 멤버에 포함되지 않는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손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말까지다. 금융권에선 내년 1월 중순 이후 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시기가 앞당겨졌다. 장동우 임추위원장(IMM인베스트먼트 대표)은 “조직안정을 위해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면 차기 회장의 조기 선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간 외부엔 공개하지 않았지만 11월 말부터 임추위를 개최했다고도 밝혔다.

임추위는 은행장을 포함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도 가급적 내년 1월 설 연휴 이전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은행장은 외부가 아닌 현직 내부 인사 중 선임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월 우리금융지주 출범 이후 그동안은 손태승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했지만 앞으로는 지주 회장은 인수·합병(M&A) 등에 전념하고 은행장은 은행 영업력 강화에 집중하게 된다.

문제는 연임이 결정된 손태승 회장이 대규모 원금 손실을 일으킨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해 징계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6일 DLF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은행장인 손태승 회장에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사전 통지했다. 최종 징계 수위는 내년 1월 16일로 예정된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금융감독원장 결정, 금융위원회 승인으로 확정된다.

우리은행은 적극적으로 소명해 외부심사위원들이 참여하는 금감원 제재심에서 징계수위를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DLF 피해자 배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제재 수위를 최대한 낮추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책경고 징계를 받은 임원은 금융권 취업이 3년간 막힌다. 임추위가 연임을 결정했지만, 사실상 손 회장 연임의 가장 큰 변수는 1월 중순 이후에 확정될 징계 수위인 셈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DLF 피해자 배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제재 수위를 최대한 낮추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우리금융 출신 인사뿐 아니라 외부 인사 중에서도 차기 회장이나 은행장 자리를 노리는 잠룡들이 있다는 소문이 나돈다. 경영을 과점주주에게 맡겼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예보가 최대주주이다 보니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할 거란 시각도 있다.

이날 임추위가 일찌감치 손 회장 연임을 결정한 것도 이런 잡음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DLF 사태 제재심이 남아있어 부담스러운 면이 있지만 사태 발생 후 대처하는 과정에서 (손 회장이) 조직안정을 위한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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