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반장』역 물러난 탤런트 최불암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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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8년 7개월이나 수사반장노릇을 했으니 이제 사표를 쓸 때도 됐죠. 정든 직장을 떠나는 것 같은 허전함도 있지만….』 TV드라마로 최장수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MBC-TV『수사반장』이 다음주로 막을 내림에 따라 수사반장 최불암씨(51)도 「경찰직」을 떠나게 됐다.
71년 3월 6일 첫방송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빠짐없이 매주 친근한 경찰의 모습으로 안방을 찾아온 최씨는『수사반장』으로 73년 한국방송대상 TV연기상을 받았으며, 78년에는 경찰로부터 명예경정(과장급)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워낙 오랫동안 수사반장역을 해서인지 시청자들이 진짜 수사관으로 생각하는 때가 많아요. 도둑맞거나 사기당한 사람이 나를 찾아와 「범인을 꼭 잡아달라」고 부탁하고 간 적도 많죠.』
최씨는 비록 「가짜」경찰이지만 장기고정출연으로「진짜」경찰 못지 않은 경험과 지식을 갖췄다. 지금까지 읽은 수사관계서적만도 1천여권이 넘고 드라마를 통해 접해본 범죄유형도 8백여가지.
최씨는 수사베테랑답게 『수사반장』이 막을 내리게된 배경도 최근의 범죄성격과 연관해 설명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대부분 순간의 감정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우발범죄였어요. 그러니 드라마도 범인의 성격이나 사회적 환경을 추적하는 형식으로 이끌어갈 수 있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범죄가 점차 지능화·광역화돼 감에 따라 그런 드라마틱한 휴먼스토리가 될 수 없는거죠. 드라마를 만드는 작가·연출가·연기자도 모두 급변하는 범죄상을 못쫓아가는실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씨는 그동안 일부에서 「범죄수법을 일반에게 확산시킨다」는 역기능을 우려해왔지만 오히려 범죄자의 인간적 고뇌와 사회적 처벌을 보여줌으로써 범죄예방에 더 큰 공헌을 했다고 자부한다.
『수사반장이 남길 빈자리를 연극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최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극단 현대예술극장이 서울연극제에 출품한 『번제의 시간』에서 제작과 주연을 동시에 맡아 연휴에도 무대를 떠나지 못했다.
MBC 창사 이후 줄곧 간판 탤런트로 30여년동안 연기생활을 해온 최씨는 역시 탤런트인 부인 김민자씨(47)와의 사이에 1남 1여를 두고 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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