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하자 자유한국당이 위성정당인 이른바 '비례한국당(가칭)' 카드로 반격에 나섰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반대하지만, 4+1이 밀어붙이면 변칙적인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의석 확보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김재원 "위성정당 어렵지 않다"
논란은 19일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의 의원총회 발언으로 촉발됐다. 심 원내대표는 이날 "만일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를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비례한국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일에도 심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하는데도 강행하면 움직이겠다는 것"이라며 "만든다고 구체적으로 누구한테 지시한 것은 아니다. 대응 방안을 검토해야겠다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당의 위성정당 물밑 작업은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원영섭 조직부총장을 팀장으로 하는 TF(태스크포스 팀)를 꾸려 위성정당을 검토 중이다. 내부적으론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수치상으론 현재의 한국당 지지율을 고스란히 위성정당이 흡수하면, 비례대표 50석 중 비례한국당이 최대 20석까지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위성정당) 창당 절차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라며 "창당 발기인 200명이 창당 준비위원으로 등록한 뒤, 당원 1000명 이상씩을 모아 5개 이상 시·도 당을 만들면 중앙당으로 등록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정당 설립의 자유가 있다. 그런 변칙을 쓰게 만드는 선거제도와 의석수를 늘리려는 심보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권모 꼼수"라지만…
이같은 한국당 움직임에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선거법 협상은 외면한 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혜택을 가로채겠다는 권모 꼼수"라고 지적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이날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비례한국당 추진은) 표의 등가성을 훼손시키는 것으로 국회 의석 배분 비율이 국민의 실질적인 의사와 더 멀어지게 하는 것"이라며 "헌법 가치를 무시하는 정당이 국민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위기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당과 똑같이 '비례민주당' 등으로 맞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스스로 선거제 개혁을 퇴행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위성정당 논란이 연동형 개편을 원점에서 가로막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선관위는 한국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해도 현행법상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정당 등록 요건만 갖추면 이를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며 "아직 선거법이 통과되지 않은 만큼 추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