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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기 바빠 줄어든 독서량|연휴속에 끼인 독서주간을 보내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추석 연휴와 10월초 연휴 중간에 자리잡은 독서주간 1주일이 덧없이 끝나고 있다. 독서를 권장하는 가두 캠페인과 우량도서 전시회가 열렸고, 독후감 쓰기, 대회와 도서관무료개관이라는 독서 권장운동이 전개되었지만 서점가와 출판가는 때 이른 찬바람만 불고 있을 뿐이다.
등화가친의 독서계절로 가을을 꼽았던 우리 문화풍토의 최소한의 미덕마저 어느덧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서점가의 한 조사에 따르면 판매고가 가장 낮은 계절이 11월·10월·9월의 가을철이고 2월·3월의 입학철이 가장 호황이며 여름이 그 다음 순위라고 한다. 학습·참고서의 판매량이 가장 높은 입시철과 여름철 휴가 등을 위한 레저용 심심파적의 도서판매가 그 다음이라는, 볼품없는 독서의 질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통계다.
독서의 질을 접어두고 독서의 총량마저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 한달에 한 권의 책을 읽는 비율은 32%, 전체 국민의 독서량은 0.78권으로 2년전 같은 조사보다 무려 6%나 낮아지고 있는 서글픈 실정이다.
최근까진 독서의 질과 양이 떨어지는 원인을 입시위주의 학교교육 탓이라 돌렸지만 이젠 그 원인을 행락풍조에 돌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놀기에 바빠 독서량마저 줄어들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독서의 질은 차치하고라도 한달에 한권의 책도 읽지 않는 독서량에서, 그것도 놀기에 바빠 해마다 감소추세를 보이는 우리의 독서추세에 실망과 허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독서는 권장사항이지 강요로 이뤄질 일은 아니다. 강압과 강요가 없다고 해서 스스로의 정신적 영양이 될 독서를 기피하는 사회풍조가 만연하는한 그 사회는 결코 발전할 수가 없다.
한 사회와 한 가정을 건실하고 정감있는 분위기로 창출해내기 위해서라도 가정의 주체인 가장은 의무적으로 집안분위기를 독서로 유도하는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세계는 지금 정보사회로 나아가도 있다. 그것은 과거 노동력이 산업의 원동력이었던 시대에서 정보가 원동력인 시대로 옮겨가고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독서풍토의 조성을 개개인의 양식과 선의에만 호소할 수 없다. 국가가 독서공간을 확보하고 문화 공간을 얼마만큼 확대해 나가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문화풍토는 크게 달라 질 수 있다.
국가별 공공 도서관의 도서관당 인구수와 1인당 장서수는 미국이 2만6천9백명에 1.93권, 일본이 8만1천명에 0.808권, 프랑스가 5만2천2백명에 0.94권인데 비해 우리는 23만8천7백명에 0.13권이라는 빈약한 시설로 남아있다.
공공도서관 숫자가 1백76개소로 말레이시아·태국에도 뒤지는 독서환경이다. 문교부 총예산액 4조2천억원중 공공도서관이 차지하는 액수는 0.13%인 55억원에 불과한 예산으로 공공도서관의 현상유지마저 힘겹다.
외형적이고 가시적인 투자만을 중시하는 정부나 눈앞의 놀이에만 급급하는 향락풍조 모두가 독서분위기를 해치는 반문화적 행위다.
독서의 양과 질을 높이는 개인적 노력과 아울러 독서환경을 조성하는 정부의 적극적 기여 또한 절실하게 요청되는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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