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이달부터 특수부 폐지” 법조계 “보복성 힘빼기 아니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조국 법무부 장관이 8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8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54)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취임 한 달을 맞아 검찰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조 장관은 이날 발표한 검찰 개혁안에서 8일부터 시행할 즉시 과제로 ▶검사의 내·외부 파견 최소화 ▶검사 파견 심의위원회 설치 ▶검사장 전용차량 폐지를 발표했다. 10월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할 신속 과제로는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특수부 폐지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 강화 ▶피의사실공표 금지를 골자로 한 형사사건공개금지 규정의 신속한 확정 등을 선정했다. 조 장관은 검사의 내·외부 파견을 최소화해 이를 형사·공판부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 ▶법무부의 탈검찰화 확대 ▶대검 국가송무 업무의 법무부 환원 ▶피의자 열람·등사권 확대 보장 ▶검찰의 영장청구 개선 등을 연내 추진 과제로 꼽았다.

검사장 전용차 즉시 폐지 등 발표 #법무부·검찰 협의 없이 경쟁 양상

조 장관이 이날 발표한 검찰 개혁 과제만 총 27가지에 달한다. 법무부는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추가 권고안을 받아 검찰 과제를 계속 내놓을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이날 조 장관의 검찰 개혁에 대해 법조계와 검찰 내부에선 “대안 없이 검찰의 힘을 순식간에 빼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조 장관 수사에 대한 일종의 보복성 힘빼기 조치란 지적이다. 고검장 출신의 변호사는 “조 장관의 수사가 시작된 뒤 정부가 대안과 협의 없이 검찰의 팔다리를 순식간에 잘라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장관이 당장 지금부터 시행하겠다는 ‘검사 파견 엄격 관리’ 정책의 경우 조 장관 수사팀에 파견된 외부 검사들의 거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조 장관은 이와 관련해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조 장관의 발표는 전날 윤석열(59) 검찰총장과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각각 발표한 검찰 개혁안 및 검찰 개혁 권고안과는 다른 법무부의 자체 개혁안이다.

지난 9일 조 장관이 취임한 뒤 법무부와 검찰은 검찰 개혁 방안을 경쟁적으로 발표해 왔다. 정부조직법상 검찰청은 법무부의 외청이다. 법무부와 대검, 장관과 총장이 한 사안에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현재 두 기관은 ‘검찰 개혁’이란 같은 사안을 두고 서로 사전 협의 없이 각자의 발표안을 ‘사전 통보’만 하고 있는 상태다. 두 기관 간의 연결고리가 끊어졌다는 것이다.

윤 총장의 전격적인 검찰 개혁 발표 역시 일각에선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최소한 전국 검사장들과의 회의나 검찰 내부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청장 출신의 변호사는 “수사 대상자인 조 장관이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것도 부적절하지만 윤 총장의 전격적인 검찰 개혁 발표도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태인·윤상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