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9월 비핵화 실무협상 ‘노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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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4호 05면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27일 “아직도 워싱턴 정가에 ‘선 핵 포기’ 주장이 살아 있고 제재가 우리를 대화에 끌어낸 것으로 착각하는 견해가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또 한 차례 조·미 수뇌회담이 열린다고 과연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겠는가 하는 회의심을 털어버릴 수 없다”고 밝혔다.

김계관 “새 돌파구 마련 회의적 #트럼프 현명한 선택·용단엔 기대” #폼페이오 “우리는 준비돼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고문은 “오히려 대통령(도널드 트럼프)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하고 대조선 제재 압박을 한층 더 강화하면서 조·미 관계를 퇴보시켰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하지만 김 고문은 “전임자들과는 다른 정치적 감각과 결단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로서는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선택과 용단에 기대를 걸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고문의 이날 담화는 당초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9월 하순으로 밝혔던 실무협상 날짜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과도 맞물렸다.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우리는 북한의 공개 성명을 보고 9월 말까지 실무협상이 있기를 바랐지만 만날 날짜를 아직 잡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준비돼 있으며 너무 오래지 않아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협상팀이 협상을 시작한다는 발표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때 ‘비핵화 전에 제재 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에 북한이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0년대 6자회담 당시 김 고문과 협상했던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중앙SUNDAY에 “트럼프 대통령의 조급증을 최대한 활용해 유리한 딜을 얻어내기 위해 (실무협상에 앞서) 가용한 화력을 총동원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 부상과 김명길 북·미 실무협상 수석대표는 모두 ‘김계관 키드’다.

천 전 수석은 “실무협상 성공과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핵심 변수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 외에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고 동결하는 결단을 내릴지 여부”라며 “북한은 미국의 요구를 완화하고 더 많은 상응조치(제재 완화 및 안전 보장)를 받아내기 위해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세현 기자,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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