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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포스코가 무슨 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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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남의 집 안방에 허락도 없이 쳐들어와서는 싸움을 벌이는데… 언제까지 두고 봐야만 합니까. "

18일 건설노조원들의 점거 농성이 6일째 이어지고 있는 포항시 남구 괴동동 포스코 본사. 1500여 명으로 추산되는 노조원이 여전히 건물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6900여 명의 경찰이 빼곡히 배치돼 일반인은 물론 직원 출입도 막고 있었다. 멀리서 건물을 지켜보던 포스코 직원들은 연이어 한숨을 내쉬었다. 남의 싸움에 끼어 피해를 보면서도 아무 대책도 세울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불법 점거가 계속되면서 포항 시민들도 들고 일어섰다. 이날 1만여 명의 시민이 모여 건설노조원의 파업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노조는 13일 사용자 측인 건설사들과 진행하던 임금 및 단체 협상에 진척이 없자 포스코 본사 건물을 점거했다. 이들은 "포스코가 공사 현장에 대체인력을 투입해 파업을 방해했다"며 "파업 사태 해결에 포스코가 적극 나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 발주자인 포스코가 건설사들을 압박해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해달라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요구다. 받아들인다 해도 명백한 불법 행위인 3자개입에 해당된다.

점거 농성이 길어지자 포스코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포스코 본사는 6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포스코의 심장이다. 생산과 출하를 제외한 모든 업무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총무.계약.설비.구매 등에서 업무 차질이 막심할 수밖에 없다. 노조원들이 사라진 제철소 내 건설 현장의 피해는 더 크다. 세계 처음으로 개발된 파이넥스 공법 설비를 비롯, 모두 24곳의 공사장에 을씨년스레 주인 잃은 장갑만 놓여 있다. 더 큰 피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인도 하락이다. 포스코는 그렇지 않아도 세계 1, 2위 철강업체인 미탈과 아르셀로의 합병과 중국 업체들의 급부상에 '경계 경보'가 울린 상태다. "포스코 노조원도 아닌 사람들이 왜 본사 건물을 점거했느냐는 외국인 방문객의 질문에 할 말이 없습니다. 한국 특유의 '떼법'을 설명할 수도 없고요." 포스코 임직원들은 "명분도 없고 법에도 어긋나는 불법 점거는 이만 끝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나현철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