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면 조국 의혹 쏟아지는데···靑 "따로 논의된 바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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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적선빌딩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적선빌딩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논의된 바 없다.”

청와대 관계자가 20일 기자들과 만나서 한 말이다. 하루가 멀다고 조 후보자와 가족을 둘러싼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별도로 얘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다만 “후보자 검증과 관련해 도덕성은 도덕성대로 후보자가 해명할 사안이 있으면 국민께 해명하고, 정책은 정책대로 후보자의 정책적 소신을 밝힘으로써 후보자 검증이 종합적으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 또한 청문 과정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없다”고 말했다. 전날 한정우 청와대 대변인이 “국회가 법률이 정한 기한 내에 충실하게 청문회를 마침으로써 그 책무를 다해주실 것을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한 발언의 연장선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페르소나’로 여겨져 온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터져 나오자 청와대는 말을 아끼면서도 적잖이 당황하는 기색이다. 한 비서관급 참모는 “언론 보도를 보면서 ‘예상 밖으로 뭐가 좀 많다’는 느낌은 들고, 걱정도 되지만 회의를 하는 자리 등에서 굳이 조 후보자 문제를 따로 언급하지는 않는다”며 “조심스럽게 현 상황을 주시하는 이들이 많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법적으로는 아직 문제가 되는 게 안 나오지 않았나. 다만, 딸의 장학금이나 논문 이슈는 국민의 정서에 반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충분히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를 상징하다시피 한 인물이자 문 대통령이 가장 아끼던 참모이고, 가장 적극적으로 대국민 메시지를 내온 조 후보자가 예상 밖으로 고전 중인 상태와 관련해 “주변의 일 모두를 조국 본인 탓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라고 분노하는 기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 무대에 올라서니 야당 등이 ‘옳다구나’하고 덤벼드는 거 같다”고 했다. 실제로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일련의 검증 국면을 '조국 흔들기'로 규정하고, 더 강경해지는 흐름이 있다고 한다.

딸의 논문이나 장학금 논란과 관련해서 “국민 정서상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변호하기도 한다. 당시만 해도 외국어고나 국제고 등에선 유행처럼 인턴십 프로그램이 번졌다는 식의 설명이 그렇다.

청와대 밖에선 민정수석이던 조 후보자의 ‘셀프 검증’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의 ‘셀프 검증’에 속았을 수 있다”(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는 식의 비판이 대표적인데, 조 후보자가 본인과 주변에 '넉넉한' 잣대를 들이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날 청와대 관계자와 기자들 사이에선 이런 문답도 오갔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청와대가 사전 검증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나.
“검증과정에서 조 후보자에 대해 나오는 이슈가 검증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검증 시스템과 메커니즘은 민정수석이 관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검증은 검증대로 객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건 8월 9일이었는데, 7월 26일 김조원 민정수석이 임명되기 전까지 그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이었다.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을 총괄하면서 관련 제도나 규범을 설계한 것도 조 후보자였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수석은 일반 기업으로 따지면 임원급이다. 실무 책임자가 검증을 이유로 상관의 신상 관련 정보를 샅샅이 들여다보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수 있다”고 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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