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당내갈등 진화 대여공세 강화 중량급 전면포진|민주당 당직개편 왜 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25일 당직개편으로 출범한 김동영총장·이기택 총무체제는 한마디로 김영삼 민주당총재의 「마지막 카드」로 볼 수 있다.
중량급의 총장·총무를 전면에 내세워 야당내 위치를 회복하고 대여관계에서 한판승부를 벌이는 동시에 끓어오르는 당내 불만을 진정시켜 보겠다는 포석이다.
김총재가 참신성과는 관계가 없는 이 같은 진용을 짜게된 이유는 지난 영등포재선거에서의 참패로 여지없이 실추돼버린 당의 위상을 정치권내에서 복원시키는 한편 5공청산 등 최대 현안에서 민주당이 주도권을 잡아보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현역 부총재들을 내세워 상대적으로 위축된 당의 「무게」를 보강하고 나아가 이들의 경륜을 십분 활용, 협상테이블을 장악해나가겠다는 뜻인 것이다.
특히 5공특위 위원장이었던 이기택 총무를 내세워 5공 청산문제를 9월 정국의 중심현안으로 부각시켜 밀고 나갈 생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하겠다.
5공특위위원장에 역시 중량급의 황명수 부총재를 기용함으로써 5공 청산에 당이 총력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확인시키고 있다.
또 김동영 총장의 등장도 5공 청산을 정공법으로 몰아붙이려는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뚝심있는 김총장이 여야중진회담 등 협상창구에 나설 경우 이제까지 어느 누구보다도 총재의 의중을 명확히 반영, 민정·평민당을 밀어붙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듯 하다.
그러나 이 같은 표면적인 이유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대내적인 불만진화용 때문인 듯하다.
김총재는 사실 그동안 공안정국을 겪어오면서 지도노선 등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아 왔으며 특히 영등포선거의 패배를 계기로 당내 불만은 거의 극에 달할 정도였다.
일부 소장의원들의 경우 『민주당이 김총재의 사당』이라며 노골적으로 성토했고 특히 당의 장래를 두고 같은 의원들 사이에서 세대교체론이 나도는 등 동요가 일고있는 양상마저 빚기도 했다.
또한 이번 개편을 기화로 일부 불만세력들이 뭔가 「심상치 않은」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김총재에게는 우려가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총무에서 밀려난 최형우 의원 등은 야권통합 운용을 주도할 뜻까지 비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만약 이탈의 조짐이 가시화된다면 그 주역으로 김총재와 「경쟁적인 협조」관계에 있는 이 총무의 향배를 의식치 않을 수 없으며 결국 이 총무를 당직에 기용함으로써 한편으로 책임을 지우고 한편으로 견제하는「묶어두기」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 나올 수 있다.
김총재는 그동안 인선과정에서 진통이 있었다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일찍이 이 같은 구도를 짜놓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즉 이 카드가 마지막 돌파구라는 계산하에 인사의 시기가 성숙될 때까지 때를 기다려 왔다는 것이 주변의 관측이다.
어쨌든 이 같은 중량급을 대화채널로 가동함에 따라 여야간의 막후협상이 활성화될 것인데 특히 주목되는 점은 대평민과의 관계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기민하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총무가 김대중 총재와도 관계가 소원하지 않는데다 공안정국으로 궁지에 몰려있는 김대중 총재나 영등포참패로 바닥에 밀린 김영삼 총재로서는 살길을 양금관계회복에 둘 수밖에 없다는 상황이 되고 있다.
따라서 대평민과의 공조회복이 한층 구체화될 것으로 보여지고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차 김총재의 뒤를 이어 민주당을 승계하려는 김총장과 포스트 양금의 상황이 전개되면 대권에 뜻을 두고 있는 이총무가 미묘하게 얽혀있는 정국하에서 반드시 김영삼 총재의 의중대로 나간다고 볼 수 없어 당내의 이미 묘한 관계가 얼마나 잘 조화되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총무의 경우 원내사령탑을 맡음으로써 그동안 받아온「식객」의 설움은 면하게 됐지만 만약 김총재가 「여전히 못 믿어」총무를 배제시킨 또 다른 협상채널을 운용하려든다면 오히려 양자간의 관계악화만 가속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김용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