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대전에서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양성 판정을 받았다가 번복된 50대 여성의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뉴스1에 따르면 대전에 사는 5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12월 다니던 직장에서 넘어져 코가 찢어지고 코뼈와 무릎뼈 등을 다쳐 대전에 있는 한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의사로부터 에이즈 양성이라는 말을 듣게 됐다.
에이즈 확진 판정은 보건소·병원 등에서 진행된 1차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후 각 시도의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이뤄진 2차 검사에도 같은 결과가 나오면 받게 된다. A씨와 그 가족들은 보건환경연구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해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린 10일 동안 서로를 의심하는 등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확진이 나올 경우 부부가 같이 죽자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검사 결과 A씨는 에이즈 음성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신뢰가 깨진 부부 사이나 가족 관계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화가 난 A씨 남편은 해당 병원 앞에 항의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A씨가 이 같은 일을 겪은 건 에이즈 선별 검사의 ‘위양성’(가짜 양성) 때문이다. 이는 원래 음성이어야 할 검사결과가 잘못돼 양성으로 나오는 것을 뜻한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에 따르면 혈액 검사로 이뤄지는 1차 검사 경우 감염 의심자나 확진자를 거르지 않기 위해 민감도가 높아 몸 상태나 복용 중인 약에 따라 양성 판정이 나올 확률이 높다. 이 가운데 실제 확진자는 4%도 안 된다.
병원은 의료법에 따랐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이날 뉴스1에 “선별 검사에서 양성이 나올 경우 필요하다면 환자에게 결과를 알려주고 안내하게 돼 있다”며 “그 과정에서 환자가 힘들다는 것은 알지만 확진인지 의심인지는 밝혀야 하므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A씨처럼 선별 검사로 인해 심리적 불안을 느끼는 환자도 있지만, 의료계에서는 검사의 민감도를 낮출 경우 오히려 위음성(원래 양성이어야 할 검사결과가 잘못돼 음성으로 나온 것)이 높아져 에이즈 환자에 대한 관리가 허술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질본 관계자는 “검사의 민감도를 낮출 경우 구멍이 생길 수 있다”며 “현행법에 따르면 선별 검사 후 확진 검사를 하게 돼 있다. 위양성이 높아 유감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것은 현재로써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