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포스코 근로자…"기계 설비에 끼였다 추락했을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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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연합뉴스]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연합뉴스]

경북 포항의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야간 순찰 중 숨진 직원은 사망 당시 온몸이 부서지는 다발성 손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1일 포항 포스코서 장모(59)씨 숨진채 발견 #경찰 "추락, 기계 압착, 교통사고 등 다양한 원인" #장씨, 오는 9월 정년퇴직 2개월 앞두고 있어 #노조 "컨베이어 벨트에 끼였다 튕겨 추락사 가능성"

포항남부경찰서는 지난 11일 오전 2시 30분쯤 포항제철소 3코크스공장 앞 도로 쪽에서 숨진 채 발견된 장모(59)씨를 1차 부검한 결과 목·가슴·골반·다리 등 온몸의 뼈가 부러진 다발성 손상이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장씨 몸 곳곳에 있었던 손상이 정확히 무엇 때문에 발생했는지는 추가 부검을 해봐야 하겠지만, 추락이나 기계 압착, 교통사고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며 “사고 당시 비가 내린 데다 폐쇄회로TV(CCTV)가 없어 정확한 사망 원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경찰 등에 따르면 장씨는 사고 당일 3코크스공장의 시설점검을 위해 야간 순찰을 하고 있었다. 오는 9월 정년퇴직 예정이었던 장씨는 현장에서 베테랑으로 통했다고 한다. 동료들은 이날 오전 2시 30분쯤 3코크스공장 도로 쪽에 쓰러진 장씨를 발견했다. 동료 근무자들은 “장씨가 현장 점검 후 복귀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고 무전기로 호출해도 응답하지 않아 찾아가 보니 쓰러져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장씨는 발견 직후 곧장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오전 2시 49분쯤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발견 당시 왼쪽 팔뚝 부위에 골절이 있었고 피부가 찢어지는 등 상처가 있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오후 2시부터 합동 현장감식을 벌였지만, 전날 비가 많이 내려 혈흔이나 정확한 사고 장소를 찾는 데 실패했다. 경찰은 오는 16일 국과수와 2차 정밀 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노조 측은 장씨가 사고를 당한 뒤 추락사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철신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사무장은 “장씨가 코크스 원료보관시설의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다가 벨트에 끼였다가 원심력에 의해 설비 밖으로 튕겨 나가면서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회사 측에 계속 요구해 온 2인 1조 점검 등 사항이 이행됐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은 장씨가 외상으로 숨진 만큼 사고사로 보고 포스코를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 혐의로 조사할 계획이다. 장씨가 소속된 포스코노동조합 측도 조합원인 장씨 업무의 작업 지침을 확인해 회사가 규정을 위반한 사항이 있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선 깊은 책임을 느낀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원인을 밝히는 데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또 2인 1조 근무 시스템에 대해선 “장씨가 사고 당시 했던 야근 순찰은 1인 근무로 실시간으로 운전실과 교신이 가능해 90년대부터 25년간 운영해왔다”며 “순찰 중 설비상 문제가 발견될 경우 운전실과 연락해 공장 가동 정지 후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추가 인원을 보강해 작업을 수행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포항=백경서·최종권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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